여름이라 불어도 더운 바람뿐인데
마음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타이핑해 둔 시를 몽땅 출력했다
모아서 쌓아 보니 단면이
하얗게 주상절리를 이룬다
에이포 용지는 너무 크니까
시를 뽑기로 결심하자마자
에이파이브 용지를 주문했다
에이포 용지를 봉지째 절반으로 뚝
자른 에이파이브들이 도착했다
에이파이브 용지에 인쇄하니
아담한 모습이 제법 책 같다
하나하나 뜯어 보면
안 내키는 덩어리투성이겠지만
일단 넘겨 제껴 제쳐 두고
몽블랑 빵 벗기듯 한 겹 한 겹
떼 내어 흐린 눈으로 훑으며
목소리가 닮은 면끼리 다시 쌓는다
대략 다섯 묶음이 나와서
에이파이브와 어울린다
그럼 연도 행도 다섯으로 포개야지
사실 고백하자면 산문을 쓰고 있었는데
어플이 자동 업데이트되더니 오류가
우주 단추만 누르면 얼어 버려요
하는 수 없이 오늘도 꼴이 시예요
글쓰기 모임에 들고 갈 에세이를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컴 앱이 업데이트되었어요…
쓰던 내용이 날아가고… 앱도 불안정하고… ㅠ ㅠ
힘들어서 에세이는 더 이상 못 쓰겠더라고요.
한탄하며 시를 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