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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그러니까 언제고 사람들은

숲을


숲에 가면

우리를 잊는다

우리에 갇혀 있던 시간도

우리가 부딪히던 소란도


그러니까 언제고 사람들은

숲을 사랑했을까


조금 눈 감고

안쪽에 새겨 묻혀 온

오래전 기억 더듬어 보면

숲은 공포이지 않았나


짐승 사는 곳

밤이면 길 잃는 곳

돌멩이 아닌 빵을 떨구면

집에 돌아가기 어려워지는


그러니까 언제고 사람들은

숲을 두려워해서였을까


숲이 사라져 간다

물과 나무와 짐승의 숲이 지워지면

돌과 우리와 철의 숲이 채워진다

가득 찬 숲은 곳곳에 그늘을 내리고

밤낮으로 환한 공포가 잠잔다


숲을 지워도 숲이 오고

숲을 나가도 숲이 있다


그럼에도 언제고 사람들은

숲을


















사실 독후감, 감상 후기 비슷한 시입니다. ㅋㅋ 독후시? 감상후시? 그런 것이 있다면요!

최근에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을 무척 재밌게 봤거든요. 그때 여기 묘사된 숲은 제가 평소 느끼던 ‘숲’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고 느꼈어요. 그러면서 작년에 재밌게 읽은 책 <삼체 2부: 암흑의 숲>도 떠오르더라고요.

두 작품을 접하고 나니 마음속에 뒤엉켜 꿈틀거리는 감정이 많았습니다. 논리적으로 풀어내기보다는 감정의 실마리 하나를 잡아 표현해 보고 싶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쓰게 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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