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사랑의 흔적

첫 번째 시

by 이솔지

하마의 가죽은 회색

차마의 가죽은 파랑


하마와 차마가 함께 진흙 위에 누워 있다가

뒹굴

배를 둥근 배를 하늘로

동그랗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진흙이 얼룩덜룩

배가 검다


보여?


배에 붙은 소라가


보여


다행이다

우리

진흙에 잠겨도

소라를 동동 울리면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게

진흙으로 목구멍이 막혀

목소리를 잃어도


있잖아



시덥잖은 소리해도 될까


...어차피 할 거면서


소라는

소리를 잡아먹는 괴물이었대


그렇구나

그래서 소라레 귀를 대면

소리가 밀려오는 걸까


그런 셈이지


그렇구나


하마야


차마야


정말 이대로 잠겨도 될까


안 될 건 또 뭐야


그렇지


우리

목소리를 잃으면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자


소라를 꼭 잡고?


소라를 꼭 안고


사실 소라는 소리를 너무 사랑해서 끝까지 함께 간 건지도 몰라

사실 소리를 잡아 먹은 게 아니라 온몸을 소리에게 내주고


소라 껍데기로만

남은 거구나


그럴지도


그러면 소라 안의 소리는 노래겠네

형체 없이 박재된 사랑


사랑의 노래 일까

그럼 그 웅웅거림은

오랜 사랑의

흔적이야


하마의 회색 가죽에도

차마의 파란 가죽에도


소라가 붙어 있다

차마와 하마가

어쩌면

하마와 차마가


소라를 안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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