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을 바라보며, 동글과 맨들은
‘동글’은 손톱이 갈라지며 생긴 까스락지를 만지작거린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
엊그제부터 거슬리던 왼손 엄지의 까스락지.
오른손 엄지의 바닥 부분으로 왼 엄지의 까스락지를 괜히 건들건들한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은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가기엔 이 길이 참 길고도 길며
길 위를 달리는 차 안은 좁고도 좁다.
한편, ‘맨들’은 도저히 ‘동글’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 사귀게 되었는지.
한때 이렇게 잘 통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었던 순간이 모두 거짓말 같다.
‘맨들’은 핸들을 잡고 있는 손바닥에 온 감각을 집중한다.
차라리 내가 운전할걸,
이라고 ‘동글’은 생각한다.
이 시간이 지독히도 답답해,
라고도 생각한다.
‘맨들’은 운전이라도 하고 있으니,
이 불편함에서 조금 벗어나 있겠지.
그런 ‘동글’의 생각은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다.
다시 한참, 시간이 흘렀다.
차 안의 공기는 점점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창문을 열기도 뭐했다.
‘동글’은 그저 ‘맨들’ 옆에 놓여 있을 뿐이었고
‘맨들‘도 비슷하게 놓여만 있을 뿐이었지만
운전자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이 여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얼마나 흘렀을까. 사실 고작 삼십 분이 채 되지 않았다.
한숨이라도 내쉬고 싶던 찰나, ‘맨들’의 눈에 노을이 들어왔다.
노을이 예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투고 서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이 차가운 공기에 대고 말할 수는 없었다.
굳이 말했는데 ‘동글’이 아무 대꾸도 없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먼저 침묵을 깨 볼까 싶었지만,
그러면 다투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입은 선뜻 떨어지지 않았고
그런다고 있던 일이 아무 일이 아니게 되지도 않았기에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시간만 흘러 갔다.
그때였다.
- 노을이 예쁘네.
‘동글‘이 말했다.
- 응.
‘맨들’이 대꾸했다.
- 배가 고프네.
이번에는 ‘맨들’이 말했다.
꼬르륵. ‘동글’의 배에서 난 소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글과 맨들은 노을 속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언성을 높이고, 울기도 했던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동글’은 더 이상 엄지 손톱의 까스락지를 만지작거리지 않았고
‘맨들’은 손바닥에 느껴지던 핸들의 감촉을 잊었다.
두 사람은 이제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 철판 불고기?
- 맛있겠다.
- 그런데 여긴 먼데.
- 거기 일찍 닫았지? 가면 주문 안 받을지도 모르겠네.
- 파스타랑 화덕 피자?
- 그건 지난 주에 먹었잖아. 제육볶음은?
- 회사에서 자주 먹었어. 족발?
- 족발 좋다.
- 근데 갑자기 게장도 먹고 싶어.
- 오, 게장 콜.
노을은 점점 깊어진다.
잔잔히, 불타는 해는 더 깊은 밤 속으로 섞여들 테다.
*선곡: 아이유, <밤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