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후렴

by 이솔지

창문을 모두 가렸다

담요를 햇볕에 말리지 않는다

햇살을 핥을 수 없다

마음은 지우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도 인형을 버릴 수 없다

참아야 할 쓰레기통을 참지 않는다

해가 무겁다

더위는 오래도록

자기 자리를 지켰다

거위를 몰래 익히는 밤

거미들이 지날 때마다 떨리는 가슴

보이지 않는 발자국이

모래보다 더 많이

쌓여 있을까 봐

피터는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믿을수 없어도 믿고 싶은 달콤함

지워져도 되냐고 물었다

갈고리는 참혹을 먹이로

사람들의 뒷덜미를 잡았다

문고리 모양이라도 달랐다면 어땠을까

지문이 닳고 닳아 버린 자리에

지도가 그려지고

샘물이 솟는다

오늘은 아니야

바깥을 좀 봐

안은 아직 아늑해

웃음을 물고

아쉬워하지 말자며

웬일인지 너무 다정한 저녁이었지

안녕을 빌미로 매일 밤 찾아오는 악몽이라

그렇게 지나갈 줄 알았지만

일기장 어딘가에 버려둔 후렴구를 읊어 본다

안는 안네가 있다

의자를 안는다

흩어진 종잇장을 안는다

총알을 안는다

아버지를 어머니를

언니를 안는다

우리의 삶이 하찮지 않기를 바라며

이전 10화악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