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열매

나의 작은 쿼카를 위해

by 이솔지



노란 열매가 열렸어 아직 익지는 않았는데

새큼한 냄새를 풍기는

과일이 되길 바라

익기 전에

떨어지지는 않길

바람이 문틈으로 들어 와

네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어

이미 아프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약을 먹었을까

손목을 그었을까

창틀을 맨발로 밟고 올라섰을까

눈을 질끈 감고 버스로 뛰어들려 했을까

너라면 분명

다른 사람을 위해 자살을 멈추었겠지

옷을 단단히 여몄어

여민 꿈 속엔

네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보고 싶을 거예요

나도 보고 싶을 거야

많이


라는 말을 덧붙여야 했을까

그러면 나았을까

내가 너의 손을 잡아야 했을까

그러면 좀 더 버텼을까

이제는 버틴다는 말이

옳다 느껴지지 않아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동그란 무지개가

피사의 사탑 아래로 굴러갔지

먹다 놓친 사탕처럼

설탕범벅이 된 아이는 왜 울고 있을까

누구도 아직

혼내지 않았는데

무너진 책상 틈에는

버섯이 자라고 있었어요

너의 버섯을

가져다 줄래 그 버섯을 나눠 먹자

죽을지도 몰라요

살지도 모르지

배탈이 나면요

면역력이 더 강할지도 모르지

사실 나도 이제

조금 포기하고 싶지만

너의 손을 잡고

조금 더 걷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

너의 눈이 여전히 가슴에 남아서

노란 열매를 바라본다

안 익어도 돼

떫어도 돼

시큼해도 돼

달지 않아도 돼

빛깔이 붉어지지 않아도 돼

그대로

그대로도 예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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