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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지 Jul 22. 2024

낭비

사실 나는 공허해서 너도 그런지 묻고 싶어. 공허가 무엇일까?

얼굴이 까맣게 그을은 너는

밤톨 같은 머리를 하고

나를 향해 방긋 웃어 보인다


절벽에서 솟아오른 너의 웃음

어째서 절벽에서는 아직도

폭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까

작은 키의 네가 나의 손을 잡는다

너의 시간은 열다섯에 멈춰 있고

나는 토마토를 피처럼 줄줄 흘리며 먹는 너를 본다

환영은 우리집 화분에 심어 두었다

너는 거기서 계속 자라

내 마음으로 파고들 것이다


환영 속에서 너는 사실 더 어리다

여덟아홉쯤 되었을까

검은 눈을 깜빡이지 않는 너

너의 입매는 일직선


누구도 말 걸지 못하겠지

나도 묻지 못하겠지


어디에서 왔어?

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너는

검은 두 개의 눈으로만 대답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바라보는 동안

시계에는 파랗게 얼음이 끼기 시작한다

초침이 멈추면

네가 바닥에 고꾸라진다

엎드린 몸이 있다

네가 흘린 침이

함께 언다


구름 위에 벽 없는 방이 있고

대문은 닫힌다

천둥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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