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4일차. 우리 반 아이가 싸웠다. 처음은 당황, 다음은... 뭐였지?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최초 목격자가 나는 아니었고, 다른 선생님이 인계해 주셨다. 먼저 그 선생님이 지도하셨고, 나는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직감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직감, 그리고 지식.
2차 면접 전형을 준비하며 보고 들은 경위서 작성이 떠올랐다. 사실 그보다 먼저 떠오른 내용은 두 아이의 분리였지만, 분리 공간이 마땅치 않았고 두 아이는 서로 어느 정도 감정을 풀어 차분해진 상태였다.
놀라웠던 건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당황하지는 않았다는 것.
이런 상황이 닥치면 머리가 새하얘지고 어찌할 줄 모를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능숙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일단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서 둘에게 말해 보게 하려 했는데, 분리되어 따로 이야기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솔직히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손으로 적어 달라고 했다. 아이들은 대략 5-6줄 정도로 적어 내게 보여 주었다.
글로 쓴 내용을 보니, 한결 맑은 머리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계해 준 선생님과 아이들의 말로 듣기도 했었지만, 듣는 걸로는 한번에 정리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글로 보니 보다 명료하게 머리에 들어왔다.
함께 부담을 나눠 질 선생님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학교 폭력을 담당하는 선생님들, 우리 반 아이와 싸운 다른 반 학생의 담임 선생님. 그 선생님들을 보며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배울 수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서로가 잘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었고, 둘이 화해하기도 했다.
가장 염려가 된 부분은
아이들이 앙금이 남아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것,
그리고 학기 초부터 선생님께 밉보였다 생각해서 포기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부터 차근차근 대화해 보려 했다.
임용 2차 면접을 준비하며 보았던, 아니 정확히는 '공감했던' 내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 번의 잘못이나 실수로 아이에게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 일 때문에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볼 때 색안경을 끼지는 않을 것임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릴 때는 실수할 수 있다.
잘 모르고 장난이 과해서 다툼,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다시 반복하지 않고 바르게 고쳐 나가는 태도다.
진심을 담으면, 분명 전달될 것이고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이야기했다.
나와 둘이 남았을 때, 우리 반 아이는 선생님들이 잘못 알고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이 일을 기회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에 대해 보다 더 잘 알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런 일은 더는 없기를 바라고, 또한 차라리 없었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아예 없을 수 있을까. 때로는 없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조심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