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솔부는 책바람 Apr 12. 2024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책리뷰]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더스토리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서도 안돼.

자연이 자넬 박쥐로 만들었다면 타조가 되려고 애쓰지 말란 말이네.

자넬 번번이 자신이 별난 사람이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책하는데, 그런 생각을 버려.

불을 들여다보고, 흘러가는 구름을 응시하고, 그러다가 내면의 소리가 들리거든 즉시 그것들에 자신을 내맡기게.


데미안 p.148



12월부터 새롭게 일을 시작하면서 독서 시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독서를 하려고 노력 중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고 이전보다 줄어든 독서시간에 도서 선정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에 소홀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다잡고 있다.

올해는 예전에 읽었던 책 중 좋은 기억이 남았던 책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2024년 새해 첫날 내가 선택한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데미안』이란 책을 처음 본건 중학생 때였다.

당시 모드라마에서 『데미안』을 언급하면서 아브락사스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고 아브락사스의 존재가 궁금했다.

그러나 『데미안』은  중학생인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준 책이지만 이해를 못하는 나에게는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그 이후에 데미안을 여러 번 읽었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헤세는 데미안을 1916년에 집필하고 1919년 소설 속 인물인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

평화주의자였던 헤세는 제1차 대전 당시 '전쟁 반대자, 조국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그의 모든 저서가 판매와 출판을 금지당했기 때문에 필명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데미안』은 출간되자마자 큰 파문을 일으키며 성공을 거두게 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병사들의 배낭 속에 성경 다음으로 많이 품고 있던 책이『데미안』이었다고 한다.

『데미안』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향해 가는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으로 청소년 필독서이자 청춘의 바이블로 꼽히지만 세대를 초월해서 많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나는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었던가."


데미안 p.6



소설의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라는 화자가 자신의 10대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싱클레어는 신실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안온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다 동네 불량배 프란츠 크로머라는 동급생과 어울리며 사과를 훔쳤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크로머는 싱클레어의 허풍을 약점 삼아 돈을 뜯어내고 심지어 싱클레어의 누나를 데려오라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

이때 신비스럽고 성숙한 막스 데미안의 도움으로 싱클레어는 크로머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전부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해.

인위적으로 분리된 절반만 인정할 게 아니라.

우리는 신에게 예배하는 동시에 악마에게도 예배해야 해.


데미안 p.84



싱클레어는 안락하고 안전한 빛의 세계에 머무르고 싶은 욕망과 자신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어둠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사이에서 혼란과 죄책감을 갖게 된다.


그런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세상에서 통용되는 진실과 진리라 할지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새로운 시각과 비판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요구하며 이분법적인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으며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을에 나무가 낙엽을 떨구고 비가 오는지, 해가 뜨는지, 서리가 내리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생명을 서서히 내면으로 움츠리는 것과 같았다.

그 나무는 죽은 게 아니다. 기다리는 거다.


데미안 p.91



싱클레어는 상급학교를 진학하면서 데미안과 헤어지게 된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김나지움을 다니는 싱클레어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에 드나들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싱클레어는 한 소녀를 마음에 품게 되면서 다시 빛의 세계를 갈망한다.

소녀에게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소녀의 초상화를 그리던 중 그림 속 인물이 데미안을 닮아있음을 깨닫는다.

마음속 깊이 데미안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던 싱클레어는 커다란 알에서 깨어 나오려는 새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데미안에게  보낸다.


그리고 얼마 후  책갈피  속에서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라고 적힌 데미안의 쪽지를 발견한다.



가끔 열쇠를 발견해서 내 자신의 깊은 곳으로,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형상들이 졸고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그 어두운 거울 위로 몸을 굽혀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이젠 완전히 내 친구, 나의 인도자인 그와 똑같이 닮은 모습니다.


데미안 p.228



싱클레어는 아브락사스에 대한 호기심에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를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는 힘을 키우며 점점 자신만의 세계인 껍질 밖으로 한 걸음씩 나오게 된다.


피스토리우스와 결별 후 고향으로 돌아온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재회하게 되고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만나면서 정신적으로 더욱 성장해 나간다.

싱클레어는 결국 데미안과 닮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소설은 끝이 난다.






"네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를 찾을 수 없다면 넌 어떤 마음도 발견해 낼 수 없으리라는 건 확실해."

데미안 p.159



아브락사스는 신성과 악마성을 동시에 지닌 신적 존재를 의미하지만 인간 내면의 본성이기도 하다.

싱클레어는 안정적이고 따뜻한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면서 불안과 초조함을 느낀다.

알 속의 세상에서 머무르고 싶은 욕망과 알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갈망 사이에서 충돌하게 되고 그 안에서 방황한다.


삶은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며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중에서도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싱클레어의 인생의 여정에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통해 성장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우리의 내면에서 대립하는 두 세계의 조화를 이룰 때 성숙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익숙한 것을 떠나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는 출발점임을 깨닫게 하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작가의 이전글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