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 서민
책을 읽고 쓴 감상문을 모아 책으로 내는 것은 저자가 되는 가장 쉬운 길이다.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p.4
3개월째 백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방학과 겹치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워킹맘으로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하다 보니 무료할 틈조차 없었다.
방학이 끝나고 첫째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기숙사에 들어갔고 고3이 된 둘째는 늦게까지 야자를 하고 집에 온다.
갑자기 많아진 시간 속에서 나의 쓸모에 관한 생각이 슬슬 밀려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멀어진 책들과 다시 가까워지려 했지만 예전처럼 읽고 싶은 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민'작가의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여행』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무료했던 주말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유쾌했다.
작가님의 유머 코드에 완전히 빠져들어 얼마나 키득거리며 읽었는지 모른다.
평소에도 다른 작품을 소개하는 글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 책 덕분에 읽고 싶은 목록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저자의 '뻔뻔한 서문'에는 자신의 책이 출간된 이유를 자랑하면서도 책 중간중간에는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자칭 외모지상주의자인 저자가 본인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우려먹기에 결국 인터넷에서 작가의 사진까지 찾아봤다.
그리고 사진을 보는 순간
아... 그냥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님의 솔직하고 유쾌한 자기 디스가 괜한 과장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동시에 그마저도 웃음으로 승화하는 재치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음모론이 먹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터스』는 해당 분야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음모론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입증해 준다.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p.18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월간 인물과 사상에 실렸던 칼럼을 엮어 만든 책으로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이상한 나라에서 책 읽기'는 한국 사회와 정치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저자는 당대의 사회적 이슈와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며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앤디 위어의 '마션'과 초능력자로 유명했던 '유리 겔러'를 등장시켜 세월호 참사에 구조되지 못한 304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떠올리게 하며, 역대 대통령들의 사과를 비교하면서 진정한 사과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문을 닫은 아웃도어 매장의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를 재조명하며 을이라고 여겼던 내게도 갑의 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
저자의 폭넓은 독서 경험이 돋보였고 책을 깊이 읽는 것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어떻게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와 통찰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을 주로 읽어왔던 나에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해 준 장이다.
오빠도 누이를 돌보는 책임과 고통에서 해방됨으로써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빠의 해방,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목표다.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p.155
2장 '책 한 권이 사람을 바꾸진 않겠지만'은 페미니즘 관한 책들을 다루고 있다.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저자의 사심이 듬뿍 담긴 장으로 페미니즘 서적들을 소개한다.
평소 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독자라도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저자가 자신의 집에서 제사를 없앤 경험과 아버지에 대한 회상을 통해 가부장적 문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나 또한 결혼 후 약 10년간 '효도'라는 명목 아래 순종적인 며느리로 살아왔다.
그러자 점차 내면의 불만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때로는 반항도 하면서 조율할 부분들은 조율해 나갔다.
이제는 연로하신 시부모님을 보면 원망보다는 애틋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을 느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 장에서는 다루는 이야기들은 익숙한 일상 속에 숨겨진 성차별적 요소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이 개새끼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조차 알 수가 없잖아. ······
쓸데없는 수식어는 왜 이리 많아. 뭐? 참으로 광택이 나고 보기에도 무시무시해 보이는 검은색 소음기를 장착한 토카레프 권총?"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p.319
3장 '읽고 쓰며, 명랑하게 삽니다'에는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들과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 담겨있다.
특히 김언수 작가의 책을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김언수를 김연수로 착각하여 책을 구매했고 평소 김연수 작가와 다른 문체에 의아함을 느껴 확인해 보니 그 책의 작가는 '김연수'가 아닌 '김언수'였던 것이다.
저자는 김언수 작가의 소설 속 상황을 예로 들며 '글을 잘 써야 하는 이유'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유쾌하게 설명한다.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된 송정호는 김석산 암살 사건과 관련된 자료집을 받으며 갑작스럽게 진술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처음엔 자신이 김석산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만 10시간 동안 이어지는 전기고문 끝에 거짓 진술서를 쓰기로 결심을 한다.
그러나 그의 진술서는 카키색 양복을 입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문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여러 차례 다시 쓰도록 강요당한다.
소설 속 상황은 배꼽 빠지게 웃프지만 매일 글을 고치고 쓰는 과정이 결국 송정호를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만들었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저자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멀리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삶을 강조하면서도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글쓰기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내 팬을 자처하는 독자가 말하기를, 내 감상문은 책과 동떨어질 때 빛이 난단다.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p.5
『즐겁게 떠나 유쾌하게 돌아오는 독서여행』은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중심으로 한 사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힘이 있다.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알게 되었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흥미도 느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고 나의 '슬기로운 백수 생활'이 더욱 풍성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과 배움의 깊이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즐겁게 떠나 유쾌하게 돌아오는 독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