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뇌 / 정세희/ 한스미디어
기적은 결과가 아니라 길을 걷는 과정에 있음을,
그리고 그도, 우리도 기적을 만드는 일은 결국 한 발 한 발 끊임없이 내딛는 오른발과 왼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길 위의 뇌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명제이지만 젊을 때는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오십견을 시작으로 허리 통증, 노안까지 차례로 찾아오자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평생을 운동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던 내가 이제야 자기 관리와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필라테스였다.
처음엔 일주일에 두 번만 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어느새 주 세 번으로 늘어났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운동 DNA가 깨어난 것인지 몸에서 뭔가 부족하다는 반응이 오는 것 같았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시작해 보니 지금 하고 있는 운동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오늘 내가 한 운동은 내일, 10년 후, 30년 후의 나를 위해 쓰일 것이다.
내 몸과 혼에 새겨진 평소 습관이 위기에 처한 미래의 나를 도울 것이다.
다치지 전, 아프기 전에 해 둔 운동이 회복을 가른다.
길 위의 뇌 p.245
필라테스로 근력을 기르고 있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정세희의『길 위의 뇌』를 읽게 되었다.
서울대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달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금의 생활 습관 하나하나가 모여 노년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평소 건강한 습관을 지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질환 예후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예전 같으면 책 속 이야기를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 여기고 넘겼을 텐데 이제는 나도 예외 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얼마 전 소천하신 아버님께서 뇌경색으로 말년에 휠체어에 의지하셨던 터라 더욱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함께 러닝을 하자"라고 제안을 했다.
그러나 8월의 폭염 속에서는 마음만 앞설 뿐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주 새벽 독서모임에서 다시 펼친 『길 위의 뇌』가 나의 건강한 노년을 향한 열정을 깨웠고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다짐이 다시금 선명해졌다.
마침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달리기를 시작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기도 했다.
오늘의 달리기는 나이 든 내가 병에 걸렸을 때 쓸 약이 되어 줄 것이다.
오늘의 운동 덕분에 병이 하루라도 늦게 찾아온다면 그것은 더욱 좋은 일이다.
운동은 미래에 당신을 치료해 줄 약이다.
쓸 약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놓기를 권한다.
하루라도 일찍.
길 위의 뇌
나는 '슬로 러닝'을 시작했다.
첫날 동네 주변과 아파트 광장을 달렸고, 둘째 날에는 집 근처 대학교 운동장을 찾았다.
운동장 트랙을 천천히 달리다 보면 앞에 달리는 사람도 있고, 가볍게 산책하듯 걷는 이들도 있다.
흥미로운 건, 내 앞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내 몸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달리기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천천히 걷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 달리는 사람들과 합류를 하기도 했다.
중년은 내가 살아온 흔적이 그대로 쌓여 몸에 나타나는 시기다.
길 위의 뇌 p.256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몇 번 달리다 보니 몸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러닝 후 15분쯤 지나면 소매 끝이 스치는 팔 부분을 시작으로 다리에 가려움증이 올라왔다.
예전에도 추운 겨울밤 산책을 하면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땐 단순히 찬 공기에 대한 알레르기라 여겼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서 다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증상은 '러너스 잇치( Runner's Itch)'라고 한다.
운동량을 평소보다 갑자기 늘리게 되면 근육에 혈액이 빠르게 공급되면서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그 과정에서 신경이 자극돼 가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꾸준히 운동을 이어가다 보면 점차 완화되며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만난 수많은 환자들이 병에 항복했다.
그것도 아무 저항 없이 순순히.
나는 그들이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포기하는지 궁금했다.
답은 그들의 아프기 전 삶에 있었다.
이들은 병에 걸리기 훨씬 전부터 이미 항복한 사람들이었다.
현재의 안락과 편리에 항복했고, 현재의 풍요와 나태에 항복했다.
수고로움의 가치를 얕보았고 불편을 거부했다.
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그런 삶을 산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더욱 속수무책이 된다.
길 위의 뇌 p.5
러닝을 하며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 몸의 반응을 새롭게 경험했다.
무엇보다도 달린 뒤 찾아오는 성취감은 단순한 걷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특별했다.
땅을 딛는 힘 있는 발걸음, 거친 숨소리, 온몸에 흐르는 땀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들었다.
다음 날 찾아온 근육통조차 내 몸이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처럼 기분 좋게 다가왔다.
일생에 걸친 습관은 몸이나 혼에 새겨져 위기 때 힘으로 발휘된다.
길 위의 뇌 p.244
'몸의 움직임'으로 그 사람의 지나온 과거를 읽는 정세희 교수는 말한다.
"오늘의 작은 습관이 노년의 뇌를 바꾼다."
앞으로 나는 그 말을 책 속 문장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으로 직접 체감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땀방울이 내일의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 JUST DO 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