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 김금희 /창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이 되고 만다."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이 되고 만다."
경애의 마음 p.123
최근 들어 독서 권태기가 찾아왔다.
무언가를 읽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고, 책장을 펼쳐도 문장은 눈으로만 스쳐 갔다.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집중 대신 졸음이 밀려왔다.
그럴 때 다시 읽고 싶어진 책이 있었다.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이었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섬세한 문장, 그리고 두 주인공 상수와 경애의 마음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김금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몇 해 전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소식을 통해서였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문학이 지켜야 할 윤리와 자기 신념을 지키려는 조용한 선언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작가 김금희의 세계가 궁금해졌고, 그 호기심이 나를 그녀의 작품으로 이끌었다.
『경애의 마음』 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인물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회복해 가는 이야기다.
날카로운 현실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다정함이 스며 있는 소설이다.
이번에는 혼자 읽지 않기로 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함께 나눠보기로 했다.
내가 느낀 감정 위로 선배님들의 다양한 시선이 더해지면 책을 더 깊고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025 유성독서대전
9월의 어느 날, 김금희 작가의 북토크 소식을 들었다.
곧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게 될 책의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설레었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북토크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했다.
김금희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단하면서도 다정했다.
사인회 시간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짧은 인사와 함께 이름만 적어주는 사인회와 달리, 그녀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 순간, 독자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경애의 마음』을 읽으며 떠올렸던 많은 질문 중 무엇을 물을지 망설이다 소설 속 상수를 떠올렸다.
그는 미싱 영업을 할 때마다 미싱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실 한 타래를 꺼내 보이며 사람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준다.
그 장면이 떠올라 김금희 작가의 '삶의 여지'는 무엇인지는 물었다.
그녀는 '책과 농담'이라며 책 자체를 정말 좋아한다고 답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 그것이 그녀의 문장을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에 관해 물었다.
그 질문 아래엔 '수치심'이라는 단어를 적어두었는데, 김금희 작가도 "수치심이 있어야 염치가 생기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나쁜 선택을 덜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 역시 같은 마음 위에 서 있음을 느꼈다.
그날은 유난히 사려 깊은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 온 나를 위해 뒤에 있던 분이 작가와의 대화 장면을 영상으로 남겨 주었고, 진행을 맡았던 사회자는 내가 『경애의 마음』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한다고 하자 '북토크 내용을 정리한 자료'를 보내주겠다며 연락처를 건넸다.
그때는 '이런 행운이 다 있나' 싶었지만 결국 고마운 마음만 받고 자료는 받지 않았다.
책을 다시 읽으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경애의 마음' 아닐까.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건네고 그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 말이다.
이후 독서모임에서 나는 리더로서 여러 질문을 준비했다.
질문을 던지는 일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되묻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비춰보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생각한다.
『경애의 마음』속 인물들과 문장을 통해 우리 자신에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1. 삶의 여지, 숨구멍에 대하여
상수는 미싱 영업을 할 때마다 미싱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실 한 타래를 꺼내 보이며 사람들에게 상상할 여지를 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여백과 가능성이었다.
=> 그렇다면 여러분의 삶 속 '여지' 즉 '삶의 숨구멍'은 무엇인가요?
2. 마음속 빈칸을 마주하는 법
김금희 작가는 소제목 중 하나를 '공란은 곤란하다'라고 붙였다.
이 '공란'은 누구나 마음속에 지닌 상처나 결핍일지도 모른다.
=> 여러분은 그 마음속 빈칸을 어떻게 채워가고 있나요? 혹은 비워둔 채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지는 않나요?
3. 경애의 아이디 변화에 담긴 마음
경애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 은총과 영화 동호회에서 '피조'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다.
하지만 은총이 화재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프리징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 여러분은 이 변화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나요?
4. 웃음을 기억하는 순간
경애의 엄마는 10대 시절, 친구들과 서리한 수박을 나눠 먹다 원두막이 무너졌지만 너무 웃겨서 다친 줄도 모르고 웃었다고 말한다.
=> 여러분은 언제, 어떤 순간에 그렇게 웃어본 적이 있나요? 그때의 기억을 나눠주세요.
5.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 )이 되고 만다
상수는 형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자, 사과하지 않는 형을 대신해 아버지와 함께 피해 학생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이런 문장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 )이 되고 만다.'
=> 여러분이라면 이 괄호 속에 어떤 단어를 넣고 싶나요? 그리고 이 문장을 당신의 삶의 언어로 다시 쓴다면 어떤 문장이 될까요?
6.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상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언죄다'의 해킹 사건으로, 경애는 베트남 영업소의 내부고발로 인해 각각 위기를 겪는다.
=> 인생을 살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그런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까요? 여러분은 그런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셨나요?
7. 참회와 용서의 경계에서
경애는 인천 호프집 화재의 가해자였던 사장이 전도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공 하나가 툭 떨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그 공은 색도 형태도 없지만, 분명 그녀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굴러다니고 있다.
=> 그가 진심으로 참회했다면, 경애는 그를 용서해야 할까요?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그 사람이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그 참회를 바라봐야 할까요?
서로가 서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경애의 마음 p.352
'경애의 마음'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이야기.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또 다른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다.
누군가를 향한 다정함으로 조금 더 단단해지는 마음의 이름 『경애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