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잔잔한 호수이고 싶다
내면이 평온한 상태에 머문다면, 호수처럼 잔잔한 상태라면, 그 위에 돌멩이가 떨어져도 그것은 잠깐의 파동이 일 뿐, 이내 고요해진다. 이런 고요함은 엄청난 힘을 가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오후, 내 마음의 호수에 작은 돌멩이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둘째(여, 4학년) 2솔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패드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핸드폰이 없기에, 집에 있는 패드를 사용한다. 잠시 후 아내가 외출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2솔이는 방 안에서 꿈쩍도 안 했다. 여러 번 불렀지만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나는 직접 방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왔는데도 나와서 인사하지 않고, 방에서 패드만 보는 건 아빠는 잘못됐다고 생각해. 이런 식이라면 패드 사용은 허락할 수 없어." 2솔이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잠깐 나와서 엄마에게 인사하지 못할 정도의 이유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가 패드에 빠지게 된 이유는 나 때문 인지도 모른다.
2솔이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다. 1솔(남, 6학년)이와 3솔(남, 7살)이는 공놀이던 몸놀이던 하면서 어울려 놀았지만, 2솔이가 흥미 있어하는 놀이는 없었다. 심심함 속에서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카카오톡과 유튜브를 접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상황을 이해했기에 어느 정도는 패드 사용을 허락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이들이 각자 놀 때 주어지는 나만의 시간이 좋아 그 시간들을 방치해 버린 것도 있다. 자연스럽게 2솔이는 약속한 시간을 자주 넘겼고, 주의를 줘도 지켜지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의 절제능력으로는 스스로 핸드폰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른인 나도 가끔 정신을 놓고 쇼츠를 보다 보면 1시간을 훌쩍 넘길 때도 많다. 시간이 무슨 KTX처럼 지나간다. 그래서 오늘은 2솔이와 진지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2솔아, 학교나 집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자꾸 패드 뒤에 숨으면 안 돼. 쉽고 재미있는 것만 찾다 보면, 어려운 일 앞에서는 도망치게 돼. 그러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사라지게 되는 거야. 아빠는 2솔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저녁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면 좋겠어. 저녁 먹고 산책도 하고, 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나는 나랑 닮은 2솔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초민감한 아이. 타인의 감정을 세세히 느끼고 배려하려다 늘 눈치 보며 힘들어하는 아이. 이런 아이들은 생각이 많아서 빨리 지친다. 게임, 숏츠 같은 자극적 영상은 지친 뇌를 잠시 '쉰다'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회복이 아닌 '마비'일뿐이다. 자극이 사라진 뒤 밀려오는 죄책감, 공허함. 그 무게도 아이가 혼자 짊어져야 한다. 게임, 영상, TV 등 미디어 노출이 중단되었을 때, 아이들의 짜증이 늘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리고 2솔이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평소 2솔이라면 울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하지만 놀랍게도 2솔이도 울지 않았다. 조용히 내 말을 들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마친 뒤, 나는 2솔이를 꼭 안아 주었다. "2솔아, 아빠는 너를 정말 사랑해. 그러니까 너무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 많은 사람들 기분 생각하면 네가 너무 지쳐. 너 자신을 먼저 생각해도 나쁜 거 아니야. 속상한 일 있으면 언제든 아빠에게 이야기해." 2솔이도 나를 꼭 안고 말했다. "응, 알겠어. 그런데 오늘 진짜 속상한 일 있었어." 2솔이는 오늘 있었던 속상한 일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그렇게 40분 가까이 대화를 나눈 뒤, 우리는 주방으로 내려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다. 식탁에는 고요한 평화가 흘렀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밥을 먹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내가 1솔이랑 이야기하고, 엄마가 다른 일을 하는 사이 2솔이는 몰래 저녁 설거지를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직은 작고 여린 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뒷모습이 아빠로서 대견하거나 기쁘지만은 않다.
나는 다시 2솔이를 불렀다. "설거지해 줘서 고마워. 근데 다음엔 안 해도 돼. 그건 엄마, 아빠가 할 일이야. 설거지를 안 해도, 아빠는 널 사랑해. 알겠지?" "응. 알아. 알겠어."
잠자기 전, 2솔이는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동생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아빠,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아빠도 오늘은 평소보다 더 친절한 것 같아." 우리는 서로를 보며 함께 크게 웃었다. 하지만 나는 가슴 한편이 찡했다.
평소에 내가 휘두른 말들이 이 작은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엄마 아빠를 속상하게 했다고 자책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요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가 떨어졌다.
호수는 잠시 파동을 일으켰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돌멩이도 더 이상 날라 오지 않는다.
돌멩이를 던지는 사람의 마음도 조용해졌나 보다.
고요한 평화 속에서 나는 조용한 행복을 누렸다.
연재일을 하루 넘겨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매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는 2 솔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록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