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잠깐 밖에 풍경 좀 감상하고 올게."
7살 3솔이가 툭 던지듯 말하고 마당으로 나간다. 나는 순간 멍해진다. 7살이 하기에는 너무 어른스러운 말이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바쁜 나와는 달리 여유가 느껴져서 부럽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윤회를 믿는다. 생이 여러 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3솔이는 이번 생은 지금 7살이지만, 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나저나 나도 밖에 풍경 좀 볼까?'
수박인 줄 알고 잘못 심은 호박은 갈 길을 잃고 마당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고, 왼손을 들고 있는 듯한 단풍나무는 파릇파릇 새 순이 돋아있다. 작은 묘목일 때 심었던 두 그루의 황금회화나무는 어느덧 커서 어깨동무하는 것처럼 보인다. 옥수수는 키재기 하듯이 하늘로 손을 뻗는다. 잎에 숨어서 남몰래 조금씩 몸짓을 키우는 감은 올해도 단감이 되어 모습을 드러내려고 준비 중이다. 시간 내서 일부러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3솔이는 마당에 나갔다 오면 하나씩 보고한다.
"아빠, 수박은 오늘도 그대로인 것 같은데, 호박은 어제보다 더 컸어. 옥수수 키는 나보다 이만큼 더 컸어." 자기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옥수수 키를 설명해 준다.
3솔이가 보는 풍경은 하루하루 변하는 마당 속 나무와 열매들의 변화이다. 어떤 나무는 키가 자기보다 커졌고, 어떤 나무는 꽃이 피었으며, 어떤 나무의 열매는 너무 예쁘다고 한다. 한참을 그렇게 수다를 떤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참 아름답다.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를 보며 놀라워하고, 감탄하고, 기뻐한다. 비가 오면 물웅덩이에 들어가 발로 물을 튀기고, 눈이 오면 깨끗하게 치워둔 길보다 눈이 쌓여 있는 곳으로 가면서 발자국 내는 것을 좋아한다. 벌레를 보면 쪼그려 앉아 몇 분을 관찰하고, 채집통에 잡아 둔 사슴벌레는 1분에 한 번씩 밥을 먹는지 체크한다.
나는 그런 3솔이를 보며, 옷이 젖지는 않을까? 넘어지지는 않을까? 물리지는 않을까? 걱정에 또 걱정이다. 쫓아다니며 잔소리하느라 진을 뺀다.
'언제부터였을까?' 나에게서 호기심이 사라진 것이.
어쩌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겨진 것일 수도 있다. 기계를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어서 다시 사용하려면 천천히 여러 번 다시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나의 호기심도 저 깊은 곳 창고에 틀어박혀 있어서 다시 사용하려면 먼지도 털고, 닦고, 조금씩 움직여 봐야 할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면 왜 호기심을 깊은 창고에 가둬둘까?'
호기심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치거나, 실패하거나 하는 위험들. 어른이 되면 그 위험 자체가 무섭고 싫어지니까 감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위험한 길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길을 찾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안전한 길만 걷는 것이 정말 안전한 것일까?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는다. 바쁜 시간과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점점 더 좁은 세상에 갇힌다. 집과 사무실, 그리고 그 사이의 길만 반복한다.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걱정을 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위험한 일이 아닐까?
인생은 작용과 반작용이다. 아무것도 일으키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감정도 나에게서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은 깊고 깊은 창고에서 호기심을 꺼내야 한다. 그리고 직접 체험해 봐야 한다.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파동을 느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3솔이가 다시 마당에서 뛰어온다.
"아빠, 잠깐 나와봐."
나는 잠시 망설인다. 할 일이 많다. 아침준비도 해야 하고, 아이들 준비물도 챙겨야 한다. 하지만 3솔이의 반짝이는 눈을 보니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 가보자."
"아빠, 이것 봐 고추 많이 컸지? 어제 봤을 때 보다 훨씬 더 길어졌어."
3솔이의 말은 감탄으로 가득 차 있다.
나도 쪼그려 앉아 이리저리 고추를 살핀다.
"정말 그러네. 조금 지나면 따도 되겠다. 이 만큼 길어지면 3솔이가 따죠~"
저 고추는 지금 매울까? 고추를 따면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나의 호기심이 잠시 나왔다 들어갔다.
오늘은 책상에서 일어나, 혹은 길을 걸을 때 핸드폰이 아닌 밖의 풍경을 감상해 보자.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조용히 내 안에 머물러 보자. 호기심이 일어난다면 한 번 해 보자. 아이들처럼.
의외의 행복이 나를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