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한 가지 조건

아이들에게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행복한 부모가 필요합니다.

by 솔솔솔파파

아이 셋을 키우다 보면 가장 정신없을 때가 아침에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서 시간 맞춰 준비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먹을 때이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나눠 줄 때면 어린 참새들이 어미새의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짹짹짹 하면서 입을 벌리고 있듯 사투가 펼쳐진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줄 때 항상 세 명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려고 노력한다. 때론 아이들이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으면 내 몫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 몫을 덜어 주려고 할 때 아이들이 단호하게 말한다.

"아빠, 아빠도 드세요. 우린 그만 먹어도 돼요."

먹고 싶은 마음이 얼굴에 가득하면서도 꾹 참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볼 때면,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때로는 정말 괜찮다고 아이들에게 나눠 주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못 이기는 척 내가 먹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일상이 우리 부모의 일상이었고, 지금 부모들의 일상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라는 말이 있을까? 그런데 아무리 자식이라도 먹는 것만 봐서는 내 배가 부르지 않는다. 심리적인 포만감을 줄 수는 있지만 생리적인 배부름은 줄 수 없다.


얼마 전 우연히 나태주 시인의 딸이자 교수인 나민애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민애 교수님이 첫째를 낳고,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실 때, 너무 지쳐있었던 딸을 보며 아버지(나태주 시인)께서 해 주신 이야기라고 한다.



옛날에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두 명의 아버지가 있었대. 두 명의 아버지 중에 한 아버지는 피난 생활을 하면서 주먹밥을 얻어 왔을 때 아들이 "아버지 배고파요, 너무 배고파요."라고 말하면 자기는 안 먹고 아들을 다 줬대. 다른 아버지는 주먹밥을 얻어오면 반절을 쪼개서 반절만 아들을 줬대. 그래 놓고 남은 반절은 자기가 꼭꼭 씹어 먹었대. 아들이 "아버지 배가 고파요"라고 말해도 절대 주지 않았대. 그래서 어떻게 된 줄 알아? 주먹밥을 안 먹고 아들 다 준 아버지는 굶어 죽었대. 아버지가 죽고 얼마 지나 아들도 죽었대. 주먹밥을 나눠 먹은 두 부자는 야위었지만 둘 다 살았대. 살아서 나중에 둘이 손잡고 다녔대.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딸을 보며,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들려준 이야기이셨을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의 배고픔을 참으며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진정 아이를 위한다는 건 무엇일까?


타인을 돌보는 일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다. 하지만 타인 만을 돌보고 '나'를 돌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짜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아름다움은 지속가능할까?


어렸을 때 어머니는 항상 자식들을 위해서 희생하셨다. 본인은 낡은 옷에 제대로 식사도 안 챙겨드셨지만 자식들에게는 많은 것을 해 주시려고 애썼다. 하지만 자주 아프셨고, 한숨을 쉬셨다. 그래서 나의 마음속에는 죄책감과 불안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머니가 날 위해 희생하셔서 저렇게 힘드시고 아프시구나'

'내가 괜히 태어나서 엄마를 아프게 하는 건 아닐까?'

'날 위해 희생하시는 엄마를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은 어린 시절 나의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다 보니 나의 감정에 무감각해져 버렸다.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 표정이나 말투만으로도 감정을 느낀다. 엄마, 아빠가 지금 행복한지 불행한지 아이들은 오감으로 알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보이는 힘들고 지친 모습보다는, 조금 부족하지만 함께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더 큰 행복감을 준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가장 많이 배운다. 아이들이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면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부모가 아니라 행복하게 자기 인생을 사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나민애 교수님은 마지막으로 모든 부모에게 말씀하셨다.


"우리 주먹밥은 함께 나누어 먹읍시다."


가끔 숨을 쉬고, 나 자신이 행복할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


아이들에게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행복한 부모가 필요하니까.



그 동안 '육아는 나를 키우는 일입니다' 연재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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