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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쏠이 Dec 22. 2023

다시, 방콕

배쏠이 방콕 일지

5월 방콕의 무더운 햇살이 남긴 수영복 자국이 지워지기도 전에 다시 방콕에 왔다. 이번에는 한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어떻게 방콕에 한 달 갈 생각을 했는지 묻는다면, 그냥 생각이 없었다. 무슨 목표 같은 건 전혀 없고 걱정은 좀 많이 됐다. 수입도 없고 모아둔 돈도 거의 다 쓴 상황에서 한 달이나 외국에 나갈 결심을 하다니. 대책 없다. 대책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비행기표는 끊어버렸는데. 한국에서 노나 방콕에서 노나 어차피 노는 건 똑같으니까. 물론 한국에 있으면 알바도 할 수 있고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지만, 월 200만 원 남짓 버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방콕행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중에 먼 훗날에 내가 벌지 못 한 200만 원 보단 가지 못한 방콕이 더 후회될 테니까.

이곳으로 오기 전에 받은 사랑과 애정이 담긴 손 편지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왕 시작된 여행, 갔다 와서의 미래와 놓고 간 것들에 대해선 다 잊고 현실에 충실했으면 좋겠어. 세상에서 제일 재밌고 보람차게 있다가 와! 그게 동네 골목슈퍼에 가는 단순한 일이라도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는 일이라도 그냥 모든 행동과 순간들이 특별한 거니깐 아무 걱정 말고 다녀왔으면 좋겠다.” 너무 고맙고 좋은 문장이다. 이 말처럼 과거와 미래일랑 잊고 현재에 충실하며 매일매일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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