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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쏠이 Oct 27. 2023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

오일파스텔로 그린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 수탉은 데이비드 트란 할아버지의 띠고, 뚜껑의 초록색은 소스의 신선함을 표현한다고 한다. 디자인 하나하나 창업자의 손길이 담겨 있다.


수탉이 그려진 플라스틱 병에 뾰족하게 생긴 초록 뚜껑이 달린 빨간 소스, ‘스리라차 소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소스는 바로 ‘Huy Fong’ 사의 ‘Sriracha Sauce’다. “Sriracha, I put that on everything~(스리라차, 아무 데나 다 뿌려~)” [1]라는 노래 가사가 있을 정도로 스리라차 소스는 미국에서 상당히 사랑받는 소스다. 이 노래뿐만 아니라 유튜브 뮤직에 ‘Sriracha’라고 검색하면 같은 제목의 노래가 끝도 없이 나오는데 이건 그만큼 스리라차 소스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의 방증이 아닐까 싶다. 노래뿐만 아니라 키링, 티셔츠, 양말, 컵까지 스리라차 소스 굿즈도 넘쳐난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스리라차 소스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데, 많은 미국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이 사태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기사를 내고 있다. [2] 스리라차 소스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는 주 재료인 할라피뇨 고추가 기후변화로 인해 수급이 어려워진 것과 더불어, 이전 고추 공급자와의 분쟁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소스 부족 사태를 많은 언론사들이 앞 다투어 취재할 만큼 스리라차 소스는 미국 식품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스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인기 많은 소스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아메리칸드림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David Tran(데이비드 트란) 회장[3]이다. 1979년 베트남-중국 전쟁 발발 후 베트남 내 중국계 탄압을 피해 “Huy Fong”이라는 배를 타고 미국에 도착한 보트 피플이다. 그가 미국에 도착한 후 고향에서 먹던 소스 맛을 재현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Huy Fong'사의 닭표 스리라차 소스다. 닭표 스리라차 소스는 특유의 톡 쏘는 매콤한 맛이 특징인데, 이 매콤함이 음식의 맛을 더욱 살려줄 때가 많다. 쌀국수 국물에 넣어 먹어도 좋고, 해산물 요리나 만두를 찍어 먹어도 맛있다. 개인적으로 어떤 음식이든 느끼하거나 매콤한 맛이 필요할 때 정말 아무 때나 뿌려 먹는다. (물론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어딜 가도 찾을 수가 없어!)


이렇게 무엇과 먹어도 맛있는 소스를 만들다니 "데이비드 트란 할아버지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게 세계 최초의 스리라차는 아니다. 후이퐁 사의 스리라차 소스는 북미지역에서 처음으로 생산 및 판매된 스리라차 소스는 맞지만 세계 최초, 유일무이 스리라차 소스는 아니다. 미국에서 사랑받는 스리라차 소스는 사실 그냥 수많은 스리라차 중에 하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스리라차 소스가 ‘비비고’나 ‘샘표’ 같은 브랜드 이름이 아니고, 그냥 ‘고추장’, ‘간장’ 같은 소스 이름이라는 것. 매운 소스의 종류 중 하나가 바로 '스리라차'다. 이 작은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 병 안에는 중국에서 태국을 거쳐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이 담겨 있다. 


일단 ‘스리라차’라는 이름은 태국 방콕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촌 부리(Chonburi) 지역에 있는 ‘시 라차(Si Racha)’라는 도시이름에서 유래했다. 도시 이름 그대로 ‘시라차’ 소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조업과 해산물 수출로 다른 동네보다 조금 부유했던 도시 시 라차는 ‘갑분 소스’ 때문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는데 그 역사는 데이비드 트란 할아버지가 스리라차 소스를 만들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지금부터 꽤 긴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인데 일단 간단하게 요약하면 ‘스리라차’라는 이름을 알린 건 태국 사업가 언니지만, 소스 레시피의 바탕은 중국 광둥 지역에 있다. 트란 할아버지도 광둥계라고 한다. 태국 소스와 중국 소스가 그냥 우연하게 비슷할 뿐이라고 하기엔 소스의 핵심 재료가 똑같다. ‘고추, 마늘, 식초, 소금, 설탕’. 중국 광둥 사람들이 먹던 소스에도, 태국 사업가 언니의 소스에도,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에도 전부 이 다섯 가지가 제일 중요한 재료로 들어간다. 각자 재료 준비 및 배합 방식이 약간씩 다를 뿐이다.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에는 붉은 할라피뇨가 들어가고 다른 스리라차에는 태국 고추가 들어간다 혹은 다른 고추를 쓰기도 하겠다. 각 집집마다 김치찌개를 요리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김치찌개인 것처럼, 각 브랜드마다 레시피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스리라차 소스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태국의 도시 이름을 한 매운 소스가 미국까지 건너가게 된 걸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태국에서 생겨난 스리라차 소스 ‘Sriraja Panich’의 역사를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 ‘Sriraja Panich’에 대해서 한번 써보려고 한다. 혹시 스리라차 소스의 역사에 대해 더욱 빠르게 알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추천한다. 이 글도 해당 영상을 참고하여 쓰고 있다.


"Everything You Know About Sriracha is a Lie.", OTR Food & History

https://youtu.be/t8pacTAmaFA?si=DRm1QxQtDDvLgz2e

          


[1] Sriracha(feat. Logic, Joyner Lucas)

[2] Ryan Baker, "Huy Fong Foods’ sriracha shortage has been ongoing for three years. Here’s why it could have been prevented", 23.08.19 https://www.cnbc.com/2023/08/19/how-did-the-huy-fong-foods-sriracha-shortage-happen.html


Chiara Grimes, "Sriracha shortage: What you need to know",22.06.09, https://edition.cnn.com/2022/06/09/business-food/sriracha-shortage/index.html


Wyatte Grantham-philips, "Got Sriracha? The price for a bottle of Huy Fong's iconic hot sauce gets spicy with supplies short", 23.07.13, https://www.cp24.com/world/got-sriracha-the-price-for-a-bottle-of-huy-fong-s-iconic-hot-sauce-gets-spicy-with-supplies-short-1.6478726?cache=yes%3FclipId


[3] Yoonji Han, "How a refugee from Vietnam ignited the sriracha phenomenon in America", 22.12.12,  https://www.insider.com/sriracha-david-tran-huy-fong-immigration-food-history-aapi-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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