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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기 초보 Jul 15. 2022

<스프링 브레이커스> 리뷰

아메리칸 드림이 뭘까?

화려함 속에 아메리칸 드림이 뭔지 질문하는 영화다. 제임스 프랑코가 연기한 에일리언은 중반에 등장해서 이게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적인 이미지들이 난무한다. 해변가에서의 파티, 비키니, 글래머러스한 여성들의 자태, 웃통을 벗은 남성들, 마약, 음악과 수영장에서의 파티, 섹스 등과 같은 향락적인 미국의 이미지를 전시한다. 영화 속 네 명의 대학생도 이런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다.

그들이 일상을 사는 곳은 미국이지만 흔히 말하는 대중문화 속, MTV스러운 미국의 이미지는 아니다.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며 떠날 생각을 한다. 그들이, 그리고 관객이 꿈꾸는 미국은 마이애미 해변이라는 장소, 스프링 브레이크라는 시간적 배경 안에서 존재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도 지극히 미국적인 순간과 생활은 어디까지나 아메리칸 '드림'으로 있을 뿐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영화다. 아무리 총을 쏘고 사람이 죽어도 그것 거짓이다. 그들의 일탈이 아무리 좋지 않은 결과 이어진다고 해도 관객은 그 것을 즐기면 된다. 비윤리적인 향락은 영화라는 이름에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오락이고, '드림'이 된다. 영화라는 표장지 아래서 윤리는 없어도 되고 우리는 그 것을 꿈꾼다. 그렇다면 그게 현실이 된다면, '드림'을 직면 한다면 영화는 그런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초반부까지는 그런 '드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앞에서 언급한 향락의 모습이 전시된다. 화려하다. 여기까지는 '드림'을 '드림'으로 즐기게 관객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중반부부터 영화는 그 드림이 얼마나 허망하고 부실한가 보여준다. 그리고 그 드림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가 이야기한다. 영화는 중반부에서 페이스, 중후반부에서 코티 등 그 드림의 무서움을 깨닫고 벗어나는 역할을 준다. 어찌 보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다. 당신이라면 어느 순간까지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페이스는 한국인이라면, 아니 평범한 사람이라면 가장 쉽게 이해가 될만한 캐릭터다. 일탈은 하지만 그 선이라는 것이 있고, 우리의 일상이 있다. 두려움 안에서 계속 존재하며 일상의 선을 계속 지각할 것이다. 일탈에서 죄책감이 느껴진다. 윤리성을 상실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그걸 '드림'으로 받아드릴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자신이 통제력을 잃을 것 같은 상황에서 그 상황을 벗어난다. 관객에게 첫번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 다음 상황은 코티이다. 직접적인 위협을 느낀다면, 그리고 겪는다면 어떠한가? 그래도 그게 드림인가? 즐길 수만은 없다는 것을 직접 느낀다. 페이스가 죄책감이라는 어찌 보면 자기 반성적인 행동에서 시작되었다면 코티는 조금 다르다. 자기 보호적인 신체, 생명에 대한 더 근본적인 두려움이다. 그런 위협 속에서 그건 즐길 수 있는 '드림'인가?

남아 있는 둘, 캔디와 브릿은 그 꿈의 끝을 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캔디와 브릿이 되는 이유는 아메리칸 '드림'의 밑바닥까지 찾아본 그들의 성장 때문이다. 페이스와 코티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들은 바닥까지 보지 않았다. 하지만 캔디와 브릿은 바닥을 보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그들의 허무감은 바닥을 느낀 그들의 성장일지도 모른다. 스프링 브레이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들은 아마도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캔디의 전화가 말하는 것은 그런 느낌을 준다.

영화는 뒤로 갈수록 아메리칸 드림 밑에 깔린 바닥을 말한다. 그 바닥은 무섭다. 파티와 마약, 음악, 축제만 있는 미국이 아니다. 그 향락 아래 깔린 무수한 문제들을 보여 준다. 총기 사고, 흑백 갈등, 남성중심적인 미국 문화, 빈부, 마약 문제 등에 직면한다. 사실 그들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강의 장면에서 교수는 남북전쟁과 흑인 문제를 언급한다. 수많은 민병대의 총기와 흑백의 갈등, 남북전쟁이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에일리언은 미국 그 자체를 보여주는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스카페이스'라는 영화를 찬양하며, 물질만능주의를 설파한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을 아메리칸 드림으로 생각한다.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그는 그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총으로 죽는다. 그 얼마나 허망한 아메리칸 드림인가?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OST라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일 것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라는 가수는 심히 미국적인 가수다. 가장 섹슈얼한 아이콘이자, 한때는 혼전순결을 말했고, 가장 미국적인 여성 가수의 아이콘 그 자체다. 미국 쇼엔터테인먼트 속 자본주의와 향락문화, 혼전 순결로 대표되는 미국의 청교도적 세계관, 남성중심적인 남근숭배 등 모든 것을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 가수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상징적인 등장이 아닐까한다.

부조화스럽고, 단순히 화려해 보이는 중2병 영화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은근히 깊게 스며든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이 담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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