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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팀장 Apr 03. 2020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음을 듣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소설이라는 장르는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프로레슬링 같은 것입니다. ..중략.. 하지만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거기서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습니다. 소설가는 물론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 한두편을 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 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 이건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 중략 .. 바로 그렇기 때문에 소설가는 다른 전문 영역의 사람이 로프를 넘어 소설가로 등단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포용적이고 대범한 게 아닐까요. '자, 올테면 얼마든지 오시죠' 라는 태도를 많은 작가들은 취하고 있습니다. "
- 제1회 소설가는 포용적인 인종인가 -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직장생활, 나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그러면..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직업으로서의 회사원 " 은 너무 광범위 하고, " 직업으로서의 월급쟁이 " 라면 범위는 넓지만 몇가지 풀어볼 이야기가 있을 듯 합니다.

'월급쟁이' 가 주는 사회적인 의미가 몇가지 떠오를 것입니다.

우선 그 '월급'이 별로 넉넉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달 정해진 날짜에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오는 돈은 크든 적든 안정감을 줍니다.
안정감은 현실에서는 매너리즘으로 이어지고,
더 슬픈 현실속에서는 신용카드 회사에 안정감을 선사합니다.
매달 꼬박 꼬박 입금되는 월급의 최대 수혜자는 어쩌면 신용카드 회사와 은행입니다.
월급날짜가 매달 바뀌거나 금액이 유동적이기만 해도
카드회사와 은행은 불안할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월급쟁이보다 돈을 많이 벌어도 규칙적이지 않으면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이 어려울 때가 있는 것이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라는 제목보다 더 큰 화제는 이 책의 저자가 무라카미 히루키 라는 것입니다.  성공한 소설가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이야기 하기엔 편협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가로서의 삶에 대하여 정말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 특유의 담백함과 군더더기없음의 문체로 말입니다.

하루키가 그렇게 남들과 다른 훌륭한 문체를 갖게 된 과정도 자세히 다루고 있지만, 무엇보다 하루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환경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어려운 생각이지만, 나의 직업에 대하여 그런 긍정적이고 초월적인 관점을 가져볼까 불현 듯 생각이 났습니다. '월급쟁이' 에게는 뛰어난 잠재성이 발현되더라도 그게 월급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슬픈 현실도 동시에 떠오릅니다.  아! 월급쟁이가 아니고 내 사업을 하고 있다면 하루키처럼 '나도 선택받은 사람이다' 라고  외치면서 하루를 시작할텐데 말입니다. 월급쟁이로서 열심히 일하는 건 왠지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느낌이 가득하네요. 나에게도 득이 되는 부분이 없진 않을텐데요.


잠실역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소설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 하루키가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궁금해서 였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저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네요.


직업으로서의 나의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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