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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푸딩 하면 일본식 커스터드 푸딩을 떠올리게 된다. 커스터드 푸딩은 캐러멜라이즈를 한 설탕에 커스터드 크림을 올린 뒤 오븐에 익히거나 끓는 물에 찌는 방식으로 만들며 젤리와 비슷한 탄성을 보인다. 그런데 이런 푸딩 외에도 꽤 다양한 푸딩들이 있다.
푸딩을 간단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건 푸딩을 최초로 개발해 낸 영국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기본적으로 영국인들은 푸딩을 디저트와 비슷한 뜻으로 받아들인다. 즉 푸딩을ㅡ특정한 음식이 아니라ㅡ'찌거나 끓여서' 만든 디저트 혹은 주요리 이후에 나오는 코스 요리 정도로 간주한다. 그렇게 '찌거나 끓여서' 만든 푸딩에는 스펀지 푸딩, 크리스마스 푸딩, 쇠고기 푸딩(suet pudding), 스테이크와 콩팥 푸딩(steak and kidney pudding)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들은 젤리보다는 끈적한 빵 같은 느낌을 준다.
영국에는 블랙 푸딩, 화이트 푸딩이라는 것도 있다. 이들을 푸딩이라는 이름의 원조로 볼 수 있는데 이들 역시 물에 쪄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그런데 이들은 외형이 해기스 같은 커다란 소시지처럼 생겼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상하는 푸딩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라 외형만으로는 푸딩을 정의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 '끓이거나 찌는' 조리법으로 푸딩의 범위를 제한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푸딩'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음식 중에 찌거나 끓이는 조리법을 쓰지 않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중요한 주말 음식으로 자리 잡은 요크셔 푸딩은 팬에 구워 만든다. 영국의 빵과 버터 푸딩(bread and butter pudding)이나 이브의 푸딩(Eve’s pudding)도 끓이거나 찌는 방식과는 큰 연관이 없다. 그런데 왜 영국인들은 이들 또한 푸딩이라 부른단 말인가? 놀랍게도 영국인들 자신도 이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리키는 푸딩과 유럽에서 가리키는 푸딩도 서로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 굳이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자 노력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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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푸딩도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식 커스터드 푸딩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형태의 디저트를 크렘 캐러멜이라 부르는데, 프랑스의 유명 디저트인 크렘 브륄레와 만드는 법이 상당히 유사하다. 캐러멜라이즈를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가 있는 정도다. 크렘 브륄레의 매력이 캐러멜 층을 깨는 데 있다면 크렘 캐러멜의 매력은 매끈한 표면과 그 위를 살짝 흘러내리는 캐러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