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리지어
마른 꽃 이야기, 1
이천 십삼년 봄,
퇴근길에 만난
친구가 건넨 꽃입니다.
그냥 시원하게 맥주잔을 부딪히며
그냥 친구와 떠들었습니다.
그냥 봄이었고
그냥 밤이어서
그냥 좋았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은희네 집 앞에 갔다.
선물로 준비한 와인 한 병만 건네고,
빨리 집에 오려던 참이었다.
힘내! 이 한마디만 하고 오려고 했는데,
맥주 한 잔 앞에 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벽 한 시가 훌쩍 넘었다.
은희랑 10년이 되었다.
10년이나 함께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10년 전에 알았다가,
몇 년 있다가 다시 연락을 하고,
그러다 또 몇 년 있다 만나
좋은데서 밥을 먹는... 그런 친구가 아니라,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꼬박 함께한 친구.
잘 나가는 회사에 다니는 친구라던가,
돈이 많아서 자기 자랑하기 바쁜 친구가 아니라
재밌게 사는 법을 아는 친구,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법을 아는 친구라서.
또 그것이 대단한 것인지를
스스로 잘 아는 친구라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지갑 속에 지폐가 몇만 장이나 있은들
이렇게 든든할까.
3년 전에 쓴 글. 그리고 친구는 13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