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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writes Mar 16. 2016

세상의 오후 3시

프롤로그



'16년 에노시마의 오후 3시. 이 사진을 찍고나서, 마음 먹었다. 태어날 딸에게 오후 3시의 기쁨에 대해 알려주기로.



오후 3시


간식 생각이 나는 시간

농담이 반가운 시간

해가 눕기 시작하는 시간

골드빛이 창문을 두드리는 시간

걷고 싶은 시간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시간

골목 사진을 찍기에 좋은 시간


나의 딸은

시험과 문제집보다

과외나 학원보다

오후 3시가 주는 기쁨을

알고, 살고, 누리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기에

이 글을 씁니다.



'14 런던의 오후 3시. 스물여덟일 때의 엄마야. 너도 언젠가 스물여덟이 될거니? 만만치 않다. 각오해.


안녕, 딸!

곧 태어날 너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두어야 할까,

하고 자꾸만 주머니를 뒤져보는 요즘이다.

나의 싱숭생숭한 마음을 너도 다 느끼고 있겠지?

나의 피부 하나 바로 아래에, 네가 있으니 말이다.

가볍고 잘 접히는 유모차를 미리 사두는 것,

질감이 보드라운 기저귀를 알아보는 것보다

뭔가 더 중요한 것을 빠뜨린 것 같아

머리를 주억거리던 중에

'앞으로 너를 어떻게 키울까?'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키워야 할까?'라는 질문을 발견했다.

아직도 답을 내리진 못했단다.

쉽진 않을 거야, 아마.  

왜냐면 엄마도 이제 겨우 서른 살이거든.


09'년 워싱턴 디씨의 오후 3시. 시험, 과제, 알바, 회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래도 괜찮았던 시간들.


따뜻한 밥 한 공기 정도의 양이면 충분할

나의 작고 소박한 행복을 따라 살지,

누구나 탐내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성공을 따라 살지, 아직도 고민이 많은 나이란다.

어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옆에서

매일 밤 평화로이 쉴 수 있음에 감사했고,

오늘은 더욱 반짝이지 못하고

평범하게 끝나버린 나의 20대에 분노했어.

그런 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무엇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를 알려줘야 한다니…

덜컥 겁이 난다, 딸아.  


'14 옥스포드의 오후 3시. 나의 남편 손이자 너의 아빠 손. 재주가 많은 손이란다.


그나마 내가 살아오며 느꼈던 것들,

그리고 그 느낌이 수없이 되풀이되어

이제는 강하게 믿고 있는

나의 작은 법칙들을 찬찬히 살펴봤어.

그리고 너에게 어떠한 의심 없이 알려줄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아냈단다.

그건 바로 '오후 3시의 기쁨'이야.

‘오후 3시의 기쁨’이란, 책상에 앉아 있거나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절대로 알 수 없을 기쁨이지.

나도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서야, 그리고 그것을

20번이나 반복하면서야 깨닫게 되었거든.

오후 3시의 기쁨을 알고, 살고, 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

앞으로 소개할 도시의 오후 3시들을 통해 알려줄게. 잘 들어보렴.


PS.

그나저나 마침내 이 글을 읽게 된 너는, 몇 살이니?

열넷? 열일곱? 참 좋을 때구나.

또 나는 그만큼 늙었을 테고.

신기하다. 이렇게 미리 내다보는 세월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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