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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리 Nov 20. 2019

도쿄에 대체 어떤 집이 있는데요?

#도쿄워홀일기03


도쿄의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나는 어릴 때부터 줄곧 가족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서른이 넘도록 직접 집을 구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시작하게 된 자취도 가족이 살던 집에서 부모님만 타 지역으로 이주하시면서 어쩌다 보니 자취가 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해본 적 없던 집 구하기를 워킹홀리데이 덕분에 처음 해보게 되었는데,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마냥 미뤄두다 출국을  2주 남겨두고 급하게 '도쿄 집 구하기'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사람들이 집을 알아보는 중개사이트 몇 곳을 알 수 있었다.


- 히츠지부동산

https://www.hituji.jp/

- 레오팔레스21

https://kr.leopalace21.com/

- 오크하우스(쉐어하우스)

https://www.oakhouse.jp/

- 지지하우스(쉐어하우스)

https://gghouse.co.jp/ko/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으로 일본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형태는 맨션아파트, 쉐어하우스 세 가지 정도로 나뉘었는데, 먼저 맨션과 아파트는 다세대 주택이고 부르는 이름이 한국과 같았지만 그 개념은 전혀 달랐다.

맨션은 한국의 빌라와 비슷했다. 시설이 깔끔하고 출입구부터 외부인은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되어있어서 보안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외국인이 입주허가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허가를 내어준다 해도 신원을 보증해줄 보증회사 가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의 맨션 (출처 : https://www.mansion-review.jp/mansion/784627.html)


아파트는 한국의 맨션과 비슷했고, 목조로 지어진 2-3층의 건물이다 보니 맨션보다는 많이 허름한 편이었다. 보안도 잘 되어있지 않아서 누구든 집 앞까지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 대신에 입주절차가 까다로운 맨션에 비해 외국인의 입주가 쉬운 편이고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의 비상연락망 정도만 받는 경우도 많았다.


일본의 아파트 (출처 : https://ja.wikipedia.org/wiki/%E3%82%A2%E3%83%91%E3%83%BC%E3%83%88)


집의 개념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용어도 한국과 달랐다. 먼저 야칭(家賃)은 월세를 뜻했고, 시키킹(敷金)은 보증금, 레이킹(金)은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전달하는 사례금이었다. 중개수수료(仲介手)는 한국에서와 같이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에 지불하는 것이었다. 시키킹레이킹, 중개수수료는 각각 월세 한 달 분과 동일한 금액이었다. 이외에 전기세와 가스세를 하나로 묶어 광열비(光熱費)라고 하는데 쓴 만큼 고지서가 나오는 곳이 있고, 고정된 금액을 내는 곳도 있었다.


맨션과 아파트의 월세는 위치나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화로 최소 50~60만 원부터 시작했다. 만약에 월세가 50만 원이라면 계약할 때 보증금, 사례금, 중개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인 200만 원을 한 번에 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필요한 가구 등은 따로 준비해야 했다.


집을 구할 때 가장 고려했던 부분이 월세와 초기 비용이었다. 그동안 일을 계속 해오며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여유롭게 쉬며 미뤄두었던 창작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준비한 돈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보니 최대한 버티기 위해선 가성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공동생활이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쉐어하우스를 알아보기로 했다.


쉐어하우스는 한국의 고시원과 비슷한 개념인데 시설이나 환경은 조금 더 쾌적해 보였다. 쉐어하우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개인실에 침대와 냉장고, TV 등의 기본적인 가구가 포함되어있었다. 게다가 보증금, 중개수수료 등이 없고 월세만 지불하면 되었기 때문에 맨션과 아파트에 비해 지출이 적었다. 대신에 쉐어하우스의 특성상 화장실과 샤워실, 주방 시설을 공유해야 했고 개인실의 크기 또한 무척 작았다. 무엇보다도 공동생활을 해야 해서 지켜야 할 사항이 많고, 이웃을 잘못 만나면 무척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가족과 공동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개인 공간만 보장이 된다면 잘 지낼 수 있을 자신이 있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여행자가

아닌

외국인


어느새 출국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있었다. 쉐어하우스에서 살기로 정하긴 했는데 도쿄의 지리와 주거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어느 지역에 터를 잡아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쿄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사람들의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대체로 도쿄의 중심에 가까운 23구(도쿄 특별구) 안에서 집을 구했다. 내가 살고 있던 서울과 비교하면 서울시의 25개 구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쿄23구 (출처 : https://ko.m.wikipedia.org/wiki/도쿄도)


중개사이트를 들어가 각 구별로 가격과 시설을 비교해보며 적당한 쉐어하우스를 찾아 공실이 아직 남아있는지, 원하는 날짜에 견학이 가능한지 문의 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입주조건과 입주에 필요한 서류에 대해 설명하며 직장인이나 학생과 같이 신원보증이 가능하다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던 나는 100% 거절당할 것 같았다. 거절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마침 지인에게 일을 받아서 집에서 일을 하고 있기도 해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라고 소개를 하고 입주가 가능한지 물었다. 그러나 결과는 일본 내에서의 신원보증이 어렵다면 입주가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 뒤늦게 깨달았다.


맞다, 나는 외국인이지..?


쉐어하우스라면 입주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시설이 괜찮은 곳은 외국인의 경우에는 신원을 보증해줄 곳이 필요했다. 출국도 전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외국인이라고 거절을 당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여행자로 갔을 땐 거절을 당할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미리 봐 둔 다른 쉐어하우스에 먼저 프리랜서로 자기소개를 하며 입주가 가능한지를 먼저 물어봤다. 역시나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다른 곳에 문의를 해보니 일본 내 휴대전화 번호를 필요로 하거나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가지 말까...?


집부터 구하기가 어려운데 ‘여행자가 아닌 외국인으로 버틸 수 있을까?’를 시작으로 앞으로 일어나게 될지도 모를 오만가지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출국일은 이미 코앞으로 다가왔고,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봐야 했다. 정말 안되면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 알아볼 생각으로 다른 중개회사에 메일을 보냈다. 다행히도 한 곳에서 보증회사에 가입한다면 프리랜서도 괜찮다는 답변이 왔다. 도쿄 입국 후 이틀 뒤 바로 견학을 할 수 있도록 예약을 하고, 드디어 기다리던 견학의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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