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결혼식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

조PD의 예신일기

by 쏠리쏠라



결혼 준비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한 가지를 시작하면 제대로 끝을 보는 성격인 탓에 결혼 준비를 시작한 이후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못한 게 불안하고 슬펐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나에게 찾아온 가장 긴 정체기랄까. 물론 결혼 역시 나를 크게 성장시키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성취들을 끊임없이 원했다.


그래서 결혼식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리뷰 블로그 다시 활성화하기

나는 공연과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니며 블로그에 후기를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시간이 오래 흘러 그게 어떤 작품이었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 내가 쓴 글을 다시 찾아 읽으면 그때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경험을 여러번 했다. 작품 정보를 서치하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함께 기록해두면 그 경험들이 휘발되지 않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게 좋았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문화예술업계가 멈춤과 동시에 나의 리뷰글도 멈추게 되었다. 이제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다시 작품들이 올려지기 시작하니 주말마다 여기저기 다니며 좋은 작품들을 보고 나만의 글들을 많이 정리해두고 싶다.


나의 리뷰 블로그 글들 중


콘텐츠 관련 에세이 쓰기

전 직장의 선배가 얼마 전 결혼 소식을 듣고 직접 발간하신 에세이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인데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쓰셨다고 했다. 처음부터 책 한 권을 쓰자는 큰 목표 대신 꾸준히 짧은 기록들을 쌓아가자는 생각으로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콘텐츠를 좋아하고 그 누구보다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인기 있는 콘텐츠와 나의 일상을 엮은 공감글들을 하나씩 모아갈 생각이다.



테니스 다시 등록하기

작년 초 나는 테니스에 처음 입문했다. 열심히 레슨을 배우고 백핸드를 맛볼 무렵 멀리 이사를 가게 되면서 테니스를 그만두게 되었다. 15분이란 짧은 레슨 시간이지만 운동 강도와 즐거움은 무척 컸다. 아직 그때의 기분 좋음이 생생하여 결혼식이 끝나면 집 근처 테니스장에 등록해 다시 테니스를 배워보고 싶다. 배우자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 부부관계에 좋다고 하니 남편과 함께 등록한다면 더없이 좋겠고!(남편 보고 있지?)


추운 겨울 패딩을 입고 손을 호호 불며 테니스를 배웠던 나


공부하기

공부를 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사물과 주변의 일들을 보다 깊게 성찰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큰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눈대중으로 요리하던 나는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두꺼운 요리책을 샀다. 쌀을 잘 불리는 방법, 육수를 내는 방법 등 책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나의 지혜로 경험해보지 못할 지식들이 가득했다.


비단 요리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러하다. 직접 경험하는 것은 시간적, 물리적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는 책을 통해, 강의를 통해, 나보다 더 깊게 공부한 누군가의 가르침을 통해 대리 경험하여 학습할 수 있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두려움의 영역인 영어회화와 나의 업무와 연관된 미디어 시장에 대한 영역도 깊고 넓게 공부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아직도 공부할 수 있다니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서점에서 구입한 솥밥과 찌개 요리책!




신혼 생활 즐기기

물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바로 신혼 생활을 제대로 누리는 것이다!! 결혼 준비와 관련된 걱정 따윈 버리고 다이어트 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 것, 주말마다 동네의 좋은 카페들을 찾아다니고,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매일 밤 전화가 아니라 마주 누워 이야기 하는 것! 온전히 우리 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너무 고프다!



이제 결혼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나는 자유인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지금 이 시간들을 그리워하게 될까,

아니면 결혼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어느 누군가의 부인으로, 무엇이든 시작해볼 수 있는 그때를 즐거워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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