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던 눈물조차 그리운 시절
이미 보시고 댓글까지 주신 작가님들께는 죄송합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3월 27일에 올렸던 '연재 10> 추억의 흔적... 남매의 정'이 발행되어 제 글 목록에는 올라와 있는데, 브런치북 목록에는 빠져있어서 목차를 수정하면서 18번으로 재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더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하나... 보름달이 반달이 되던 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달 모양의 뻥튀기가 귀했던 시절이 있었지.
살며시 다가간 과거의 문.
정겨움과 그리움이 빛처럼 퍼져온다.
담장 안으로 핀 황매화와 나른한 창호로 스며드는 그리움의 빛이...
방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뻥튀기 한 봉지를 흔들며 신나 있는 언니.
곁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조신하게 앉아 뻥튀기 따라 눈을 따라 굴리는 이쁜 아이.
한 칼 있으마. 서슬 퍼런 언니의 분배는 역시 뭔가 공평치 못하다.
이미 알고 있는 듯 빨리 분배를 받으면 잽싸게 튀는 것이 그나마 자신의 몫을 챙기는 현명한 방법임을 아는 오빠는 앉지도 않고 서서 입맛만 다신다.
어린 나도 느꼈다. 언니가 제일 많이, 오빠 그다음, 그리고 나는 조금일 거라는... 지금 생각하니 어린 내가 적게 먹는 것도 당연했다.
영리하고 눈치 빠른 오빠는 제 것을 챙겨 이미 사라졌다.
밥풀 튀기 뻥튀기는 입에서 술술 녹는다.
어린 내가 늦게 먹는 건 당연하다.
나는 언니 옆에서 조금씩 베어 먹는다. 일찍
다 먹고 난 언니는 내 뻥튀기에 눈독을 들인다.
머릿속으로 뭔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남은 뻥튀기를 먹으려고 하는 순간,
"ㅇㅇ야, 언니가 별 만들어 줄까?"
"어떻게?"
"뻥튀기 줘 봐. 언니가 뻥튀기로 별 만들어 줄게."
언니에게 건넸다.
언니는 이리저리 입으로 뜯어먹으며 모양을 만든다. 만들다 보고 만들다 보고... 점점 뻥튀기는 작아진다.
"이게 별이야?"
"이쁘지가 않네. 좀 더 예쁘게 만들어 줄게."
그러면서 요리조리 더 갉아먹는다.
......?
"다 됐어?"
별 모양이 제대로 되지 않자, 노선을 바꾼 언니.
"ㅇㅇ야, 별이 예쁘지 않네. 언니가 반달로 만들어 줄게."
나는 끄덕끄덕. 언니와 뻥튀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비뚤어진 별이 반달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살이 도려져야 하는지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몰랐다.
기다렸지만, 별이 되려던 반달은... 어린 내 손바닥보다 작은 반달이 되었다.
언니는 배꼽 잡고 웃었고 나는 이상해 눈만 멀뚱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언니가 웃으니 마음은 편했다. 울면 안 되었지. 언니 화나면 무서웠으니까.
그때는 몰랐고 커서야 언니 꾀에 넘어갔음을 알았다.
'언니, 너무했다~~ 후후. 그 시절 언니도 한창 먹어야 하는 청소년이었어. 언니도 어쩔 수 없었지? 뻥튀기 못 먹어도 좋아. 돌아가고 싶어. '
둘... 침 발라도 먹을겨
문을 닫고 살짝 나왔지, 또 다른 문 앞에 섰다.
으쓱~~ 이미 추운 바람이 느껴지고 그늘진 처마 밑 하얀 눈이 시커먼 흙에 덮여 얼어 있었다. 아, 겨울이구나!~
"ㅇㅇ아, 누나가 호떡 사줄게. 네가 사와."
"으~ 추워! 누나 ㅇㅇ 시켜. 나 숙제해야 해." 아랫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올 생각 없는 오빠.
'치~ 얄미워!'
등굣길에 자주 날 괴롭히는 오빠는 늘 심부름할 때도 나한테 미룬다.
동네에 '그집 호떡' 가게가 있었다. 지금은 화덕에 굽는 호떡이 흔한가... 그때 그 집이 바로 화덕에 구워 파는 호떡집이었다.
100원이면 4개는 샀던 것 같다. 결국 꾀 많은 오빠 대신 심부름은 나의 몫이었다.
호떡 하나씩 나눠 먹었다. 그런데... 남아 있는 하나.
이미 눈독 들일 위인은 뻔했다. 하나씩 분배한 자신의 호떡이 다 없어질 즈음, 오빠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보였다. 오빠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옅은 웃음이 눈가와 입가에 퍼졌다. 그러면서 손은 이미 남아있는 한 개의 호떡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호떡에 긴 혀를 뽑아 침을 쭈욱 바르는 것이었다.
그를 본 언니가 "이 xx!"
오빠는 실실 웃으면서
"내침 발랐는데 먹을 거야?" 하며 약을 올렸다.
언니는 "이리 내놔. 침 발랐어도 먹을 수 있지." 소리쳤지만, 결국은 웃고 말았다.
'난 먹을 수 있는데... '
속으로만 할 뿐,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막내여도 막내 같지 않았다. 울고 보채지도 않았다. 그러나 불공평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심부름한 사람이 더 먹었어야 하는 거 아님?
지금이라면, 실컷 먹여주고 싶구나.
"ㅇㅇ야, 서운해하지 마. 호떡보다 지지고 볶았던 그 시간이 더 좋았던 거야. 미래의 너는 그 시간을 회상하며 늘 웃거든."
셋... 교회는 너무했네
'어~~ 같은 겨울이다!
세 남매가 함께 있던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그해였나...?'
어느 해 크리스마스이브.
겨울이라 해가 짧다. 깜깜해져도 학교에서 오빠가 돌아오지 않는다. 언니와 나는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언니의 예상은?... 언니의 예상은 늘 적중했다.
"고 녀석은 먹을 거 얻어먹으러 교회에 갔을 거야."
우리는 오빠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둘이서만 저녁을 먹었다. 메뉴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마도 언니가 그날 크리스마스라고 맛있는 것을 사 준 것 같다. 우리는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한참 뒤에 문안으로 누군가 퉁퉁거리며 들어왔다. 이미 언니는 눈치를 챘는지 웃고 있었다. 그러나 시침 뚝 떼고 들어오는 오빠를 보며 물었다.
"교회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었니?"
오빠는 퉁퉁거리느라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재수 되게 없었네. 아무것도 못 얻어먹었어. 배고파 죽겠어. 누나 뭐 먹을 거 없어?"
킁킁거리던 오빠가 눈치챘다. 우리가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었다는 것을...
더 약이 오른 오빠는 한참을 씩씩거렸다. 교회에 가는 게 아니었다느니, 재수 없다느니...
오빠의 그 모습을 본 언니는 음청 웃어댔다.
제리ㅡ톰과 제리ㅡ같은 오빠가 제 꾀에 제가 넘어갔다고 신나게 웃어댔다. 잔뜩 기대하고 갔던 오빠가 쫄쫄 굶고 씩씩대며 온 것이 너무나 우스웠던 것이다.
언니는 눈치가 빨라서, 문에서 인기척이 날 때부터 오빠일 거라고 생각했다.
"ㅇㅇ이 왔네. 쟤 쫄쫄 굶고 왔어. 크크 " 언니는 이미 그때부터 웃고 있었다.
평소 약삭빠른 오빠의 이브날 결식은 내게는 살짝 고소함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감정들도 지금은 그리운 추억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누구나 겪었을 별 거 아닌 일이 내게 유난히 애틋하고 그리운 이유는 어머니의 부재 후, 세 남매가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없었고 성장하며 느꼈을 부족했던 정 때문이다.
어머니의 부재로 언니는 우리 남매의 언니와 누나가 아닌, 때론 엄마였다.
가족의 해체가 내 외로움의 원인이었고, 그 속에서 여전히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단, 그 지난 과거를 늘 그리워하며 잃었다고 생각하는 나의 상실감이 문제였었다.
어쩌면 더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의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이제는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가지고 싶은 추억이 되었다.
추억의 흔적을 찾아 네 번째 문으로 갑니다.
다음은 순서대로
추억의 흔적을 찾아 열세 번째 문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