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존재로서 사는 법
나의 삶은 무난했다. 일반적으로 무난했다는 뜻은 특별한 일이나 어려움 없이 살았다는 말이다. 지극히 소시민적인 일반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무난한 삶은 특별하지 않은 존재로 살아왔다는 의미이다.
특별하지 않은 존재라는 의미 또한 명예나 성공 등으로 알려지지 않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몸과 마음, 감각과 의식 등을 가진 유별나고 신비한 존재임을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확실하게 안다.
나는 특별한 존재이다.
인간만큼 축복받아 은혜로이 태어난 존재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앞으로 특별하게 살 것이다.
특별하게 산다는 게 특별한 일을 하고 남들과 다른 행보를 한다는 것도 물론 아니다.
그저 신비로운 인간으로 태어났음을 인지하고 의식하며 살겠다는 말이다.
인간은 신기한 개체이며 신비한 존재이다. 가만히 살피고 생각해 보면 충분히 알게 된다. 내 몸이어도 알 수 없는, 불교에서 오온(五蘊)이라 하는 색수상행식 (色受想行識)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것이다.
앞으로 삶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우습기도 하지만, 늙어가는 이 나이에 심신을 호기심으로 살피며 살 것이고 감각이 느끼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신비하게 받아들이며 살 것이다.
숨을 들이마시며 '오~ 신기하네!' 하는 게 아니고 숨이 주는 평화를 느낄 것이다. 하늘과 이야기하고 어둠과 이야기할 것이다. 사물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 몸의 각 신체 기관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살피며 응원할 것이다. 물론 알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상상만 할 뿐이지만 말이다.
빛과 어둠을 느끼며 사색에 빠질 것이며 내 눈에 들어오는 만물들을 관심 있게 볼 것이다. 가볍게 지나치더라도 그들의 가치를 생각할 것이며 신기한 세상의 한 존재임을 인식할 것이다.
나의 생각을 존중하고 내가 가는 곳에 기대를 품을 것이며 기대로 얻는 기쁨을 충만하게 느낄 것이다.
감정에서 오는 기쁨뿐 아니라 슬픔, 괴로움, 두려움, 수치, 분노 등도 존중할 것이며 인정하고 수용할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있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꼼틀거리며 살아 움직이고 있다.
신기하게도 요리조리 삐딱거리는 기분과 변덕스러운 마음이 있다.
신기하게도 뼈가 부러져도 다시 붙고, 다시 서서 걷게 되지 않는가.
신기하게도 화나면 어디선가 생겨난 두통이 있고, 장이 고장 난다.
신기하게도 맛있는 거 먹으면 즐겁고 삶의 의욕도 팍팍 생긴다.
신기하게도 짜증이란 게 불쑥 올라온다. 아픔의 통증을 단계별 강도로 느끼며 인상을 찡그린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어드벤처를 현실처럼 꿈으로 체험한다.
신기하게도 이 몸뿐 아니라 이 세상도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것을 감각하는 이 의식이 있으니 신기하지 아니한가!
요즘엔 가끔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을 되새긴다. 궂으나 좋으나 살아있으니까 모두 경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나는 진정 특별한 존재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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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 살다 죽은 영혼이 수천 년을 천국에서 천사로 살아왔다. 그는 고된 인간의 삶에서 벗어나고파 천국의 삶을 택했다. 생로병사뿐 아니라 오감이 없이 평화만 있는 천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인간으로서의 감각을 잊은 지 오래였다. 그 천사가 하느님의 명을 어겨 인간 세상에 떨어지는 비운을 맞았다. 그가 세상에 떨어지던 그날엔 비가 쏟아지며 늦은 저녁이었다. 온몸을 때리는 빗방울과 그 울림, 그리고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맛있는 냄새. 온몸의 촉을 곤두서게 하는 그것들은 그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이 온 그는 맛있는 냄새를 좇으며 빌어먹었다. 옷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을 주워 입고 한데서 자야 했다. 그래도 그는 행복했다. 수천 년 전 인간으로 살았던 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기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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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인간은 진짜 특별하게 선택받아 태어난 신기한 존재이다.
살아 느끼는 모든 것이 특별하기에 특별하게 살 이유가 충분하고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있으니 잘 살아야 한다.
무난한 삶이 행복의 삶이라지만, 무난하지 않은 삶, 불행한 삶일지라도 신기한 경험이라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잘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떤 삶이 기다릴지 참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이 몸이 느끼는 고통이 크고 길다면... 이 생생한 세상에서 지나치게 예민한 감각으로 얼마나 인내할 수 있을까마는 삐걱거려도 삶의 굴레에서 이탈하지 않는 것 또한 우리의 삶이다. 믿고 즐기며 굴러가볼 일이다.
특별한 존재이니 특별하게 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