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에도 완벽한 신은 없었다.
고의든 실수든 나는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문제로 인해 어느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테고, 앞으로도 그리 할 수 있다.
그럴 때 나는 생각하고 읊조린다.
'역시 나는 문제가 많아.'
또 다른 내가 대꾸하지.
'문제가 많은 것도 너잖아! 어쩌려고? 인간이 다 그렇지 뭐~'
그리 생각해 온 나.
드디어 오늘 사랑하는 나를 위해, 스스로 문제를 가졌다 생각하는 또 다른 사람을 위해 변명을 늘어놓고자 한다. 자책과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랄까.
떠오른 생각은 일부, 오늘은 의도된 나의 변명이다.
일단 다른 이들도 '사람은 당연히 모순된 존재'이니 그렇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크게는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안다.
변명을 하려면 합당한 근거를 들어야 하니, 내 좁은 식견에서나마 거창해 보이는 신들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련다.
무식하게도 신들ㅡ하나님 제외ㅡ에 대한 이해가 없던 시절에는 신들은 참 이상하고 신화는 그저 신비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인간과 매우 유관한 인간의 모습, 인간이 만들어낸 관념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신화 속 신들의 창조는 나약한 인간에서 출발하기도 했지만,ㅡ나약함 속에 위대함이 신화창조를...ㅡ 강해지고 싶고, 자연을 극복하고 초월하고픈 인간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인간의 모습과 캐릭터 또한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과대 포장된 과자라 할 수 있을까. ㅡ신들을 겨우 과자포장에 비유해서 좀 그러하려나...ㅡ
신들의 모습과 캐릭터는 인간 고유의 캐릭터가 염원과 소망에 담겨 탄생한 정신적 소산이라고 말하련다.
창조된 그 신들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신은 없다.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어둠과 빛, 생과 사 등 인간과 인간 세상의 요소들을 하나씩 꿰차고 특화된 능력의 소유자로 만들어졌다. 이런 생각은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믿는 나에게 완전한 신은 하나님뿐이라는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해 준다.
인간이 만든 신화 속 신들은 결국 인간을 초월할 수 없다. 인간이 신ㅡ하나님 제외한 창조된 신 ㅡ 위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나님은 다른 신이나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 하신 것 같다. '내가 직접 지은 인간이야말로 나의 자녀야.' 하시는 듯.
그럼에도 어느 한 종목 특화된 신, 일반적으로 부류가 믿고 두려워하던 신도ㅡ실제 신 같은 히어로가 뭉치면 인간이 이기기는 힘들다.ㅡ 완벽한 신이 없을진대, 인간은 어떠랴.
신화 속 신들이 그러하듯, 완벽한 인간도 더더욱 없다.
하나님을 닮아 좀은 온전한 인간을 추앙하고픈 인간은 고대로부터도 육체적으로 흠이 없는 인물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했다. 인간의 욕망이란 이리도 섬세하게 따지고 분별하며 신을 닮으려 했다. 그리고 종목별로 완벽한 특화된 신들을 만든 것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신은 없고 그 신들은 인간 스스로 취약한 부분 부분을 강점으로 만들어 특기자로 만든 것이다. 물론 이도 내 생각이다.
글 쓰고 난 후 영화 '트로이'의 한 장면과 조선시대 사극의 일부들이 생각났다.
반신반인의 영웅 아킬레우스, 완벽에 가까운 그도 아킬레스의 약점으로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화살에 맞아 죽었지.
내가 만약 간택하여 왕비를 뽑는 시절에 태어났다면... 물망에도 못 올랐겠지만, 어림 반푼어치의 가능성도 없을 일이었다.
그러니 좀 더 완벽한 인간이 왕이길 원했고 왕을 신처럼 떠받들었던 시절도 있었겠지.
여튼,
나를 가만히 살피면 문제가 심각할 정도로 많다. 콤플렉스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육체적, 정신적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은 인간은 없다.
나의 얼굴도 상하좌우로 비대칭이다.
팔 길이와 다리 길이도 다르다. 생김새가 다른 부분도 있다. 육체적인 핸디캡으로 보면 나는 장애인이다. 실제 장애의 정도가 차이일 뿐, 모든 사람이 장애인이라 본다. 하다못해, 정신적,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장애인을 보는 편견을 가진 사람, 올바른 시각을 갖지 못한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바꾸기를 바란다.
판단의 잘못, 실수, 행동으로 문제를 유발하는 나는 심신으로 장애를 지니고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합리적 변을 하는 것이다.
나의 잘못에 너무 자책하지 말자.
타인의 잘못에도 질책하지 말자.
가끔 알고도 지키지 못함은 아직 인격이 덜 수양되어 그런 것이고, 계속 노력해야 할 일이지, 스스로 비난할 일도 아닌 것이다.
오늘 오전, 남편이 잊은 일이 있어 얘기했더니, 안 하던 말을 혼잣말로 하는 것이다. "내가 문제가 많아."
그 소리를 들은 나도 뜨끔했다. 선생의 습관이 내겐 남아있어 어쩌다 지적질한다는 소리를 듣는 적이 있다. ㅡ내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는 자꾸 입버릇처럼 알려줘야 할 것들이 많았고, 메모하면서까지 기억하여 체크해야 할 사항이 많았었다.ㅡ 고치려고 노력은 하는데, 상대의 입장에서는 지적으로 들으니 이도 저도 쉽지 않다. 우리 집에서는 공대남들보다 교사 출신 내가 기억해서 확인하는 일이 훨씬 많고, 잔소리 같지만, 사실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도 나의 문제이다.
문제와 장애를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나.
신들도 한 분야와 종목에 뛰어났지, 전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었다.
나도 양상은 비슷하나, 나는 인간이다. 신화 속 창조된 신들보다 더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발되지 않아 그들과 차이가 크게 날 뿐, 소소한 능력들이 내재되어 있다. 감히 신들과 비교한 괘씸죄는 있을 수 있으나, 자신감은 가지고 살 만하다.
그럼에도 문제와 장애를 가진 인간으로서 겸손을 겸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일으키는 문제나 지닌 장애는 위축될 일이 아니고 고쳐나갈 일이며 용기와 자신감으로 극복하며 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