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상념의 강으로 펄떡 튀어 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즉시 써 내려가야지. 잠시 머뭇거리면 어느 깊이의 강물 속으로 잠수해 버릴지 모른다.
그래서 늘 어설픈 시가 태어난다.
생각이 많은 내게는 이 어설픈 말글들이 소중하다. 우연히 걸려든 갯숭어의 횟감을 고추장에 푹 찍어 먹는 듯한... 그런 맛이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집 '시작과 끝'과 제목이 같아 좀은 망설였지만, 그녀와 비교되지 않는 나만의 생각이기에 떠오른 대로 그냥 썼다. 오늘은 시다.
시작과 끝
모든 일에는 시작점이 있었다.
그러나 한참을 걷고 달리던 중에
시작을 생각하는 일은 드물었다.
숱한 일들이 세월을 실은 구름처럼 지나고
어딘지도 모르는 길 위에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문득 시작을 생각했다.
시작을 찾아 헤매다 길을 잃었다.
시작이 있어 예 있건만
시작을 찾지 못해
걷다 선 먼 길 위에서 방황만 한다.
누군가 조언했음에 틀림없다.
시작을 돌아보지 마.
휘청이는 다리를 건널 때는 앞만 보고 가야 해.
분명 낭떠러지 끊어진 목교 앞에서처럼
돌아갈 수 없이 아찔한 멀미만 일으킬 거야.
지나온 곳은 연무에 싸여 잊힌 것들이지.
시작은 상상 속
가늠하기 힘든 먼 거리
그 어느 자리에서 시작됐겠지.
언제일지 모르나 끝은 희망이 있다.
끝이라 느낄 테니까.
거슬러 오르면 오를수록 알 수 없는 시작
시작을 찾으려는 방황의 끝에 끝이 있으리.
시작이 있었던가?
끝은 있으려나!
늘 끝은 눈앞에 서성이지만
없는 시작에서 어찌 끝이 있으리.
끝날 때까지 시작은 찾지 못할 것이야.
끝날 때가 시작이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사유의 미로에서...
나에게 사유는 늘 방황이다. 너무나 작고 힘없는 존재로 세상의 시작을 알기란 불가하고 끝은 새로운 시작의 방황만을 암시한다. 아마도 끝이 시작점이리라. 미로에서 헤매다 빠져나올 수 있음은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