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27... 이제 괜찮아

인연의 시... 해소(解消)

by 소망

시집을 하나 집어 들었다.

지난가을에 주워 꽂아두었던 미니 단풍잎 하나가 책갈피 속에서 곱게 말라있었다.


나의 엄지손가락이 책장에 머물 때 보였다.

시의 마지막 구절과 단풍잎, 그리고 엄지.


이 단풍잎은 무슨 인연으로 내게 왔을까?

야는 나무로, 나는 사람으로

나무에서 온 하나의 단풍잎과 내 몸의 일부인 엄지가 만났다. 책갈피 위에서.


순간 모든 만물의 인연이 이렇듯 조우로 맺어지겠구나. 이리 생각하니, 이 시간의 이 만남도 참 귀하다.


나의 인연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끝난 스쳐간 시절 인연,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인연, 언제 또 끝날지 모를 현재의 인연들.

인연이 있으니 만났을 테지.

인연에도 종류가 다르고 의미도 다르다. 원수지간, 애증관계의 인연도 있고, 집착, 연민, 사랑 등의 관계로 맺어진 다양한 인연이 내 생에 얽혀 있다. 그 관계 속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여전히 증오의 인연도 있고 가슴 아픈 사연을 품은 인연과 그리워 아직 보내지 못하는 미련의 인연도 있다. 사고와 병으로 제 모습을 잃은 인연도 있고 때론 자격지심으로 움추러들어 숨은 인연도 있고 볼 면목없어 스스로 끊어낸 인연도 있다.


작은 나뭇잎 하나와의 만남도 이리 소중한데, 우리 생을 함께 지내며 만난 인연이 어찌 소중하지 않을까.


어떤 모습으로 만났고 어떤 모습으로 변했건,

어떤 사연으로 만났건 어떤 사연을 만들며 살건, 이제는 모두 지나간 삶의 기억 속 인연일 뿐. 그리고 어떤 모습과 사연이든 나날이 새롭게 시작하는 삶에서 지난 과거는 대수일리 없고 모두 괜찮다. 모두...


이제는 뭐든 괜찮다.


시의 끝 구절이 어떤 모습과 어떤 사연으로 만났건 이제는 괜찮단다.


사진을 찍어 시를 써 보았다.

제목은 해소(解消)


모든 것이 해소되었다.

인연의 문제들.

시인이 내게, 그리고 나의 인연들에게 말해준다.


"이제 괜찮아"


모든 시름은 잊고 사랑하는 인연으로 새롭게 시작하라네.

그저 사랑하라네.

사랑하기만 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라고...


다시 볼 용기가 솟는다.













이전 27화상념 26... 근거 없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