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29... 상념 부스러기

by 소망

'잊힐'이 맞춤법에 맞다 했는데 굳이 '잊혀질'로 쓴 '상념의 강'이 또 하나의 북으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잠든 사이 깨어서 낮에 본 하늘을 생각한다.

눈을 감은 채 하늘을 생각해도 공허로우나 편안하다.

호흡을 하면 기억으로 만들어낸 하늘임에도 숨이 확 트이고 그 하늘과 일체가 되어 잠이 든다. 분명 사람은 자연에서 왔음에 틀림없다.




나는 감정에 솔직한 편이다. 그럼에도 아들들한테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회사에서 외박을 하고 다음날 밤에나 들어온 아들이 "나 없이 엄마 혼자 있어서 심심했지?" 묻는다. 실상은 그랬음에도 "아니 뭐~~~ 늘 그런 걸 뭘..."

늘 '아니'부터 나간다. 그리고 늘 신세 한탄의 감정을 묻혀 내뱉는다. 앞의 '' 할 말이 있지만 삼키는 것이고 뒤에 '뭘'은 알면서 묻긴 왜 묻냐는 서운함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나는 나를 판단미스하고 있다. 나는 상대와 상황에 따라 감정의 포장을 바꾸고 있다.




가만 보니, 나뿐 아니라 모두의 모든 삶 자체가 인내의 연속이다. 아무리 보석 같은 귀한 가르침이나 명언도 직접 체험 없이는 그저 흙 속 돌멩이에 불과하다. 그 진가는 경험으로 깨우쳐 내 뼛속으로 사무치듯 가슴을 울려야 빛을 낸다. 경험으로 하나둘 깨우쳐 가는 재미는 있으나, 참으로 늦되다. 명언은 명언이되 입으로 읽고 되뇌는 명언은 죽은 명언이다. 각자의 삶에서 살아나야 참 명언이 된다. 지식으로써의 명언이 경험으로 깨우쳐서 지혜가 되기까지에는 긴 시간이 걸리고 그도 苦라는 시간들을 인내해야 가능하다.




아, 겨울이었구나!

눈을 뜨니 회색빛 하늘이다.

그래서 눈이 왔나 생각했다.

눈이 내릴 법한 하늘이다.

갑자기 눈이 보고 싶다.

그리고 갑자기 겨울이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도 든다.

계절의 변화가 있어 마음도 새로울 수 있고 기쁠 수 있음이다.

세상이 아름다운 건 역시 희소하지 않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말에도 천지의 차이가 있구나 싶다.

온 우주를 울려 나오는 말이 있고 한 숨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이런 차이를 나는 이제야 느끼는데, 앞으로 수없이 많이 경험할 것이다.


나는 말이 많으나 품는 말보다 내치는 말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아직 모르는 지식이 많고 덕으로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어쩌면 사람에게는 품는 말이란 건 없고 품는 말이라 착각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100% 중 10% 정도라면? 그도 아닐 듯하다. 사람 마음이 그리 넉넉하지 않고 호락호락하지 않을뿐더러, 사람의 마음 따라 나오는 말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마음의 순수성은 자신들만이 알 뿐이고, 진실된 믿음과 사랑이 담긴 말이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다. 세상은 거짓과 가짜가 너무나 많다. 나도 그 가짜 속 일원으로 아직도 품는 사랑보다 내치는 데 익숙한 사람이며 우주를 울릴 법한 말을 하기에 소양도 부족하다.




내가 살아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은 연민인 듯싶다.

내가 그리 붙잡고 살아온 가치들, 진정성, 진솔함, 정직 등이 포장된 것인가 생각하자마자 투둑투둑 떨어져 가는 듯하다. 내게 그런 게 있기나 했나? 만약 있다면 지금껏 살아온 내게는 순도가 미미한 것들 뿐일 게다.


그러나 순도 높은 본성의 것은 내 안에 진실로 존재하기에 찾아내는 것이고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게임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순간 열리는 문처럼 어느 순간 드러날 것이다. 귀한 것을 찾는 일은 늘 인내심을 갈아내야 한다. 언젠가는 순도 높은 가치들이 이 몸에 휘장처럼 둘러쳐 제대로인 인격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때에도 인간으로서의 내 최선의 사랑은 연민일 것이다.




삶이란? 삶을 표현할 수 있는 비유들이 너무나 많아 늘 하하 웃게 된다. 그러나 그도 한 번에 알아채는 일은 드물어 이도 연속되는 인내 속에서 얻게 된다.


두어 달 전부터 말씀 들으며 하던 침대 운동을 믹스로 재생되는 음악에 맞춰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생각이 났다.

믹스재생이라 어떤 음악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가운데 운동을 한다.

그저 음악을 틀고 들리는 선율에 따라 동작을 할 뿐이다. 빠를 때는 가볍고 빠른 동작으로, 느리고 무거울 때는 강도가 있는 동작으로 천천히 한다.

하다 보니 음악 종류도 선율도 다양하며 그에 따라 내 동작도 참으로 다양하다. 가능한 반복하던 동작으로 하려 하나 양념으로 맛 내듯 기분에 따라 멋대로 움직이는 재미도 즐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건, 생각의 통제 없이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정신은 버려두고 음악과 신체에 맡겨두면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척척 이어진다. 역시 삶이란 물 흐르듯, 부는 바람에 따르듯 살아야 제 멋도 나고 탈이 없이 자연스럽다.




... 읽어주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