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순간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긴 세월 속에서 꾸준히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아내들이 '화병'이란 이름으로 가슴에 뜨거운 응어리를 키우며 안고 사는 것이다.
시댁의 관습과 가치관에 따라 여자가 가족회의 대상에서 열외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조선 시대도 아닌데 말이다.
존중과 배려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고부간의 갈등과 부부간의 갈등으로 더욱 거센 반발을 일으켜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나만 그러한가~~.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이다.
결혼 후 시댁에 자주 갔는데, 갈 때마다 시어머니는 신랑을 따로 불러 방으로 들어가서는 소곤소곤하더란다. 그녀는 기분이 상하지만, 결혼 초라 내색도 못한 채 속으로만 삭이고 있었고, 그런 일이 주욱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별거 아니라고, 자신이 과민한 것인가 생각하니 유치하다 생각도 들어 아무렇지 않은 양 지나치려고 했단다. 그러나 계속되는 시어머니의 그런 태도에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시댁에 다녀온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신랑을 붙들고 앉아 이야기했단다.
"난 이 집 식구가 아닌가 봐? 늘 날 빼고 속닥속닥하시네... 기분 나빠."
그 말을 들은 신랑은 이후 시댁에 갔을 때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어머니가 할 얘기 있다고 방으로 불러들이면 방에 턱 앉아서는 큰 소리로 말했단다.
"ㅇㅇ아, 들어와. 어머니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는데 식구니까 같이 들어야지."
그 후부터 시댁의사소한 모임과 의논 자리에도 자연스럽게 참석하게 되었고 진짜 가족이 되어 존중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첫째 아이가 3세였고,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단다. 한 번은 온 시댁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뀌는 줄 모르게 방귀가 뿡 나왔단다. 스스로 발 저린 도둑처럼 무안해졌고 모두가 자신 쪽을 바라보니 얼굴도 발그레 변했단다.
그때 신랑이 정적을 깨고 왈,
"허 그 녀석 방귀소리도 꽤 크네. 허허허"
세 살짜리 방귀가 얼마나 컸을라고...... 모두는 알 수 있었겠지만, 재치 있게 넘겨 치는 신랑의 말 한마디에 누가 뭐라 했겠는가. ㅎㅎ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알아도 모르는 척, 집에들 가서 웃으며 얘기했으려나 싶지만, 그렇게 지나갔단다.
두 가지 일을 겪고 나니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웃을 수 있고, 그때부터 '신랑이 자신을 지켜주겠구나' 하는 믿음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인이 시댁에서 받은 심적 상처는 신랑으로 인해사라졌다고 한다.
또 다른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신랑이 외아들에, 위로 시누이가 하나 있었단다. 때리는 시엄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ㅎㅎ 결혼 후에 손위랍시고 시누이가 하나하나 참견하고, 자꾸 가르치려 들더란다.
시댁 모임에서 돌아온 어느 날, 신랑한테 '형님이 말이야, 자꾸 이러저러하네.'하고 푸념 한마디 했단다.
그랬더니 신랑이 갑자기 큰 소리로,
"뭐야? 그 x이 당신한테 그런단 말이야?"
그러면서 오히려 화를 내며 길길이 뛰더란다.
'헉~ 저 이가 누이한테 x이라니!'
"아냐, 아냐. 그만해~~ 누나한테 그 무슨 막말이야?"
그랬더니. 한 술 더 뜨며,
"내가 담에 만나면 혼쭐을 내야겠어. 어디서 시누 질야~~?" 하더란다.
신랑이 승질 있는 줄은 알았어도 그리 나올 줄은 몰랐단다. 괜스레 일을 크게 키운 게 아닌가 싶어, 급히 다독거려 주저앉혔단다.
그 뒤로 오히려 시누이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무 말 못 하고 신랑한테도 끽소리도 못했단다. 집안에 괜한 분란을 일으킬까 봐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시누이는 남동생이 자신을 욕했다는 거 평생 모르고, 자신은 그런 신랑이 혹시라도 시누이 앞에서 깽판 칠까 두려워 조심했단다. 한참을 살다 보니 신랑의 오버였지만, 집안에 평화를 가져온 지혜였다고... ㅎㅎ
가끔 작은 일은 큰일로 덮인다.
그렇다. 여자들은 신랑의 아주 작은 배려의 한 마디로 '나의 방패막'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평생의 신뢰를 쌓는다.
보통의 어리석은 신랑은 색시가 시댁에서의 상처를 문제 삼으면,
"에이 이 사람은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하며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이 한 마디의 말이 마음에 평생 '나는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상처를 만든다. 작은 배려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가 작은 상처로부터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그랬구나. 당신 마음이 상했겠네."만 해도 현명한 남자인 것을......
남자들은 또 말할 수 있지.
"나도 그래. 당신만 그런 생각 드는 거 아냐."
딱 부부 싸움 각이다.
모든 화해는 공감에서 이루어진다. 아내들도 조심해야 하지만, 가장인 남편들이 좀 더 넓은 아량으로 선심 한 번 쓰면 어떨까.
이 한국 사회에서 여자들은 여전히 호적을 파서 성이 다른 가정으로 입적하는 것이다. 누가 더 상처에 많이 노출될 것인가.
사회 풍조가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그런 경우가 있다.
며느리를 보는 우리 세대들도 말한다.
"요즘은 우리 때랑 너무 달라. 신랑을 막 부려먹고, 시댁 알기를 ㅇ떡으로 알지."
이런 며느리, 저랬던 시어머니가 공존하는 과도기다.
누구의 잘잘못에 부등호를 매길 수 없다. 인격체로서 상호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고질적인 고부갈등도 사라지고 부부간 평화로울 것이다.
가족은 갑을 관계가 아니다. 서로 모멸감을 주는 언사도 자제해야 한다.
신랑들의 가볍게 던지는 말 한마디ㅡ시월드의 문제에서 ㅡ가 황혼이혼의 결정타가 될 수 있음을 남자들은 기억하면 좋겠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찬서리가 내린다 했다. 여자들의 한이 무섭다면 한 조각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아들도 그리 하라 귀띔해 주고 있다. 안 듣는 곳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는데 뭐~~
내 인격 좀 구겨도 아들 부부가 평생 신뢰하며 산다면야...
"아들아, 에미의 팔림이 너의 평생 행복이라면 기꺼이 응하마. 대신 귀에 들어오지만 않게 해라. 그리고 지금 현장에서의 처세가 평생을 좌우하니, 순간 처세를 잘하거라.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여자의 마음은 신랑의 말 한마디에 평생의 송곳을 품기도 하고 바다가 되기도 한단다. 명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