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실마리를 보다... 4편/사별

엄마와의 사별로 멈춘 나의 정신 성장판

by 소망

'애앵~앵앵앵~'

병원 구급차 소리에 조용한 마을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병원차 한 대가 우리 집 앞에 섰다.


이웃집 아주머니들의 부산스러운 움직임.

이런저런 소리들이 아주머니들의 말소리와 한데 뒤섞여 버렸다.


"아이고, 큰일 났네! ㅇㅇ엄마가 피를 토하네. 이를 어쩌나 어째~."


바로 앞집 ㅇㅇ언니 어머니는 특유의 콧소리로 계속 '큰일 났네'를 연발하셨다.


"하혈이야 뭐야? 피가 줄줄 흐르네. 이런~이런~~ ㅇㅇ아버지를 어디서 찾나. 에고 이를 어쩌나. "


이웃집 아주머니들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낯선 두 세명의 병원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집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곧 피를 쏟아내는 엄마를 들것에 실어 나왔다. 병원차의 뒷문이 열리고 들것이 들어갔다.


들것에 실려가던 엄마의 쏟아지는 피를 보는 앞집 아주머니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다.


아주머니들은 혀를 끌끌 차며 서둘러 길을 비켜섰다.


애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병원차는 분주히 마을을 떠났다. 늘 오르내리던 부주고개를 넘어 떠나갔다.


'엄마는 당신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걸 아셨을까.'


유난히 정이 깊고 엄마와 친하게 지낸 앞집 ㅇㅇ언니 엄마는 병원차가 떠난 후,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나를 말할 수 없는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이미 엄마의 죽음은 무언 속에 예정된 것이었다.




우리 동네 빨래터가 있는 옆에는 주목 나무인지 소나무인지 기억에는 없지만, 구부정하게 자라난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엄마 따라 빨래터에 가면 엄마는 빨래하시고 어린 나는 그 나무 구부러진 중턱에 걸터앉아 엄마를 보며 놀았다.


그즈음에 엄마가 많이 아프셨나 보다. 병원에 실려 가시기 얼마 전부터 집안에만 계셨던 것 같다.


그날도 혼자 근처에서 놀다 온 것인가. 작은 시골 동네에서 어린이가 혼자 갈만한 곳은 거의 없다. 뒤뜰이 있긴 했지만 그날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내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병원차가 우리 집 앞에 있었던 것을 본 건 식구들 중 나 하나였다.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고, 언니 오빠는 학교에 갔다. 그러니 시간은 오전이나 정오쯤 되었을 것 같다.

얼마간의 분주함을 먼발치서 멍하니 보고 있었다. 무서움이나 그런 감정은 없었다. 멍~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 기억이 없다.


떠나는 엄마의 모습은 보지 못했으나 병원차의 활짝 열린 뒷문 안으로 엄마가 실린 들것이 들어가고, 굳게 닫히던 문, 그리고 달려가던 모습은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제 내 의식 속에서 그날의 장면들이 떠오르고 생각은 어린 그 시절로 일사천리로 달려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엄마가 병원에 실려간 후 우리 식구들은 어찌 지낸 건지, 나에게 그 기억은 하나도 없다. 기를 써도 떠오르지 않는다.


계절 감각도 잊은 채, 시간이 얼마 흐른 뒤였다.


얼굴은 희미하게, 어린 내가 보인다.

차가움이 느껴지는 병실 앞이다. 도끼다시라 해야 하나. 차가운 돌바닥의 느낌이 났다. 커다란 문이 보였다. 위쪽 반은 유리로 되어 있었고 아래쪽과 틀은 나무로 된 여닫이문인 것 같다. 유리문 안의 병실은 똑같이 차갑게 보이는 돌바닥이었고 한쪽 벽으로 붙여진 침상 위에 누워있는 엄마가 보였다.

엄마는 창백한 듯 누릇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의 얼굴색은 바래고 벗겨진 병실 문 같았다. 어린 나는 문밖에서 유리를 통해 엄마를 보았다. 문의 틀을 밟으면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진다. 얼굴의 반쪽만 유리에 걸쳐있다. 양손가락은 문의 중간 틀을 잡고 있다. 그냥 멍하게 보고 있었다. 아무 말없이 병실 안의 이상한 엄마만 응시했다. 엄마와 눈이 마주치다 말다...

엄마를 보려고 틀을 밟고 올라서면 눈이 마주치고, 이상하고 무서운 생각이 들면 일부러 툭 미끄러지고... 그 동작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엄마'부르며 들어가지 못했다. 이상하고 낯선 풍경이 무서웠다. 저 문 안쪽에서 간신히 손을 올려 까닥까닥 오라고 손짓하는 엄마를 무서워서 외면했다.


'누군가 날 데려갔으려나......'


병실 문 앞에서의 장면만 생각나지. 다른 기억이 없다. 마지막이 될지 모를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누군가 데려간 모양이지만, 결국 병실 안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그것이 어린 내가 본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내가 아이를 낳은 후에 가장 통렬하게 가슴 아파했던 것이 그날의 내 행동이었다. 두고두고 가슴을 후려치는 아픔이었다.


'어머니는 어린 삼 남매를 두고 어찌 가셨을까.'

어머니 나이 고작 37세였다.




얼마가 또 지났을까.

하얗고 얼룩덜룩한 색을 입힌 상여가 나간다. 우리 집 앞에서부터 가득 메운 사람들의 행렬이 집 앞으로 난 길로 멀리멀리 나아갔다. 어린 나는 상여를 진 일행과 멀찍이 떨어진 뒤쪽에서 쫓아간다. 누군가 훌쩍이면서 내게 말을 했다.


"ㅇㅇ야, 엄마는 하늘나라에 간 거야."


죽는다는 것이 뭔지도 모르던 그때, '우리 엄마는 하늘나라에 갔구나.' 그렇게 믿었다.


엄마가 간 곳이 땅속이었지, 무슨 하늘나라!

그것은 이별 뒤에 온 사별이었다.




잠 못 든 그날, 나는 언니와 오빠와의 헤어짐, 엄마와의 사별이 남긴 슬픔이 내 초감정이었음을 알았다. 잠들 수 없었고 더 또렷해진 의식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와의 사별로 내 정신의 성장판은 성장을 멈췄다. 난 태어난지 5년 9개월 된 아이였다.


다음 날부터, 퉁퉁 부은 나의 눈은 대가를 치르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에필로그


나의 어린 그 시절, 느꼈던 감정은 잊었다. 단지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느끼는 슬픔만 있을 뿐이다. 눈물을 얼마나 더 흘려야 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 지금의 어른인 내가 더 슬플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파리한 얼굴빛, 힘없이 부르던 음성과 손짓, 슬픈 눈, 움찔움찔 움직이던 입.

어머니의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결혼하기 전까지 어머니를 가슴에서 그리워하지 않았다. 난 그 정도로 감정이 무디었다. 왜인지 모르겠다. 이런 내가 결혼해 아이를 낳자 어머니가 그리웠고 어머니를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산후에 많이 아팠던 나. 둘째 낳고 아파 누운 내게 신랑이 한약을 지어 왔다. 그날 밤, 아니 샛별이 총총할 때 어머니가 내게 찾아오셨다.

'우리 막내, 신랑 사랑 많이 받고 사는구나.'

안심하고 떠나셨다. 그리고 다시는 오시지 않았다.


난 그 새벽, 너무나 생생한 느낌에 눈을 뜨고 동이 틀 때까지 오열했다.


'어머니~~. 엄마가 다녀가셨어.'


계절은 가을이나, 더위에 열린 2층 방의 창밖으로 검푸른 하늘에 빛나는 별이 보였다.

'엄마는 저 별이 되어 돌아가셨네.'

그 새벽 별이 유난히 빛났다. 가슴에 전해진 강한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