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간 로봇청소기가 맛이 간 아줌마보다 낫다
인공지능의 시대, 느린 아줌마의 한숨
이삼일 몸살로 침대에서 뒹구르며 자다 깨다만 했다.
집안 곳곳 먼지가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 연신 구르며 신나게 놀고 있다.
'에이, 내 승질을 뭐로 알고...... 쓰러져도 전투는 마치자.'
당장 털고 일어났다. 나의 1차 무기는 먼지떨이개. 그를 들고 먼지들을 공격했다. 걸리적거릴만한 것들을 치운 후, 2차 공격으로 로봇을 출동시켰다.
"먼지는 네게 맡기마."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 띠리릭~~ 움찔움찔, 움직이기 시작한다.
갸는 갸대로 움직이고 나는 나대로 이틀 못한 가사에 집중했다. 마른빨래를 개고 젖은 빨래를 널었다.
내 일에 집중하다가도 한 번씩 로봇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려다 걸리고 화장실 문턱 넘어 고꾸라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봇이 청소를 잘하긴 하는데 요즘 들어 좀 왔다리갔다리 한다.
일하다가 중도 포기하고 들어오지를 않나, 계속 충전되어 만땅 했어도 덜 되었다고 멈춰서 밥 달라 조르지를 않나.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내 머리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나보다 계획적이고 치밀하다. 나는 청소기 돌리면 여기저기 놓치는 곳이 있는데 야는 놓치지 않는다.
청소 실력도 꽤 우수하다.
달린 솔이 파르르 팽팽 돌면서 바람을 일으키고 일어난 먼지들을 쏙쏙 빨아들인다. 단, 모양이 고정되어 있어서 구석진 곳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예전 만화영화에 팔이 쑥 나오는 로봇이 있었던 것 같은데, 팔이 나오던가 아님 청소 로봇 자체가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변형 가능한 물질로 만들어진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여튼 관리 감독이 필요해진 요즘, 거실을 돌고 있을 때, 이미 돌았던 쪽을 확인했다.
'엥 이게 뭐야? 야가 맛이 완전 간겨?'
분명 소파 밑에서 긁어 뺀 먼지가 있었는데 그대로 있는 것이다. 혼자 구시렁대다 좀 기다려보자 하고 다른 일을 했다. 다른 일을 하는 사이, 중간 점검해야는 걸 잊었다. 뉴스도 들어야 하고, 핸드폰도 봐야 하니 말이다.
어느새 청소를 마쳤는지 야가 들어와서 제 집에 딱 붙었다.
나가보았다.
헐~~ 아까 안 된 청소가 분명 깔끔히 청소되어 있었다. 먼지를 다 먹었다.
'언제 돌았댜!'
신통방통하다.
어떤 규칙에 의해 도는지는 모르겄는데 다 끝나고 보면 돌 곳은 다 돈다는 것이다.
'햐~~ 기특해! 나보다 낫다.' 솔직히 어떤 사람보다 훨 잘한다. 적어도 청소는... ㅋ
사람의 의식으로는 오히려 놓치는 곳이 많은데 쟈는 놓치는 곳이 없다.
이세돌과의 결전을 치른 인공지능.
화가나 작가의 작품보다 빼어나게 그리고 써내는 인공지능.
고도의 지능을 가진 걸까.
아님 이진수의 놀음인가.
피카소 그림은 재현하지 못했다는 소리만 들은 바 있다.
세상이 이리 돌아간다.
내 머리 수준 정도는 로봇이 아예 찜 쪄 먹는다.
난 이미 로봇에게 지고 있는 인간이란 말?
에고 참담하다.
개인적으로 SF 영화를 좋아한다.
오래전 보았던 '인 타임' 허(her)' 같은 영화, 'AI'도 그렇듯 작가들은 지금의 세상을 일찍이 점쳤나 보다.
'인 타임'의 경우는 살짝 다르지만, 스마트워치나 핸드폰에 이미 카드 저장 내지는 현금 지불이 가능한 앱 등이 깔려있다. 이미 핸드폰만 있으면 신분과 재력이 다 드러나는 세상이 되었다. 몸 안에 칩으로 장착되지만 않았을 뿐. 그도 곧...
뉴럴링크, 인간 뇌에 칩을 넣어 모든 것을 가능케 할 거라는 말이 한참 전에 나왔다. 생각하면 모든 정보를 서치 하는 인공지능칩이 우리 뇌에 박히는 날이 온단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유튜브에서도 로봇의 발달ㅡ대화기술ㅡ정도를 볼 수 있다. 일하면서 손님께 응대하는 로봇의 말을 들으며 진짜 사람인가 했다.
이제 사람의 감정을 느끼고, 읽고 공감하는 부분만 남은 것 같다. 'AI'에서처럼......
과학기술의 발달이 경이롭고 생활에 이롭긴 하다.
그러나, 이 작은 도시의 아파트 한 칸에 거하고 있는 아줌마도 로봇을 대하고, 인간의 정체성을 빼앗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한다.
저 넓은 세상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순간에도 상상 불가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몸이 오싹해진다. 특히 혈액을 바꿔 젊음을 사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양자 역학을 이용해 지금보다 훨씬 빠르고 발달된 차세대 컴퓨터를 연구 개발한다는데, 도통 이 느려터진 인간 아줌씨는 어케 살아야 하나 고민된다.
인간이 로봇에 뒤지는 날, 세상은 어찌 될까.
혹시? 능력 없는 이 아줌마는 로봇을 청소해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인간사 요지경인 세상보다 로봇사 요지경인 세상이 오기 전에 떠날 것이야.ㅎㅎ' 하지만 날아다니는 택시는 또 보고 싶네.
청소 마친 까만 둥글이를 보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은 괜찮지만 말이지, 네가 나의 적이 될 수도 있겠는 걸.'
가끔 나는 옆에 있는 까맣고 둥그런 청소기를 한참 동안 노려보게 된다.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