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는 세상에서 균형 잡기
자기 전 물구나무
요가수업 마지막 타임이 끝나고 오후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그날따라 아무런 이유 없이 마음이 불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 생긴 감정인지 생각해 보려 애썼지만, 더욱 마음이 답답할 뿐이었다.
예전에 존경하던 요가 선생님이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물구나무자세를 하셨다는 말이 생각나 바로 침대 옆에 매트를 깔아 물구나무자세를 시작했다.
요가용어로 살람바 시르사아사나(salamba sirsasana) 불리는 물구나무자세는 중력의 법칙 따라 정수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일직선 상에 있을 때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쭉 뻗어있게 된다.
하지만 몸의 일직선이 조금이라도 무너지게 되면 다른 힘들이 많이 들어가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골반이 앞으로 나오게 되면 허리나 목부분에 힘을 주게 되며, 엉덩이가 뒤로 살짝 빠져 있는 경우라면 팔의 힘과 복부 힘이 많이 들어간다.
5분도 겨우 하던 내가 20분이나?
마음이 어지러운 상태에서 물구나무를 해서 그런지, 천장으로 뻗어 있는 나의 두 다리는 좌우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호흡을 살펴보았다. 날숨을 길게 내쉬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가다듬고, 뒷목에도 호흡이 흘러갈 수 있도록 어깨를 열어주었다. 그다음 골반을 인식하며 바닥과 수직일직선상에 몸이 완전히 들어오도록 코어를 잡아주었다.
자세에 집중하다 보니 점점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처음의 흔들렸던 두 다리도 고요해지면서 마치 바닥에서 떠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대략 20분이 흘러갔다.
전에는 살람바 시르사아사나할 때 5분도 겨우 했기에 내려와서 시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힘을 뺀 상태에서 여유롭게 동작을 20분이나 유지할 수 있었는지 나 자신에게도 놀라웠다. 완전히 몰입한 덕에 시작 전 어지러웠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고요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20분 완성했던 그날 이후로 자기 전에 짧게는 5분, 길게는 20분씩 물구나무수련을 한다. 그날처럼 매번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매일 몸의 컨디션이 다르므로 수련할 때마다 새롭게 균형을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오늘은 나의 에너지에 여유가 있구나! 또는 오늘은 여유가 다소 부족하구나 느끼면서 계속해서 중심을 잡아가는 연습을 할 뿐이다.
계속 수련하다 보면 처음과 달리 쉽게 자세가 만들어지고 균형도 금세 잡힌다. 연습의 결과이다. 하지만 균형이 잘 잡힌다고 해서 자만하고 있다가 잘 안 되는 순간을 만날 때 나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 마음의 균형이 틀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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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완성했던 경험을 내 실력이라 생각하여 계속 완성하기 위한 집착을 하지 않아야 하며, 반대로 잘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균 형
均 고를 균 / 衡 저울대 형
: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물구나무서기는 몸과 마음의 중심이 어떠한지 살펴보고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상태로 만들어가기에 좋은 동작임을 느낀다.
물구나무서기의 20분 여행은 단순히 몸을 거꾸로 뒤집는 것이 아니다. 이는 나 자신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시간을 의미한다. 하루의 끝에서 어지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금 중심을 잡는 여정은 마치 삶의 작은 축소판과도 같다. 매일 짧게나마 이 여정을 반복할 때, 삶의 불균형으로 인한 흔들림에도 더욱 견고하게 설 수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작은 습관들이 모여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더 건강하고 균형 있게 만들어 줄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