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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하고도 Jul 29. 2017

EP6. 형 혹시 케즈만 알아?

발칸반도 현대사 이야기

WRITTEN by 지랄방구

남자들은 가끔 어떤 나라를 이해하는데 축구선수들을  활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드록바다. 드록바 혹은 드록신이라 불리우는 그. 드록바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 사람중에 몇명이나 코트디부아르라는 나라를 기억할까. 나는 여행중에 가끔 유럽사람들을 만날때면 그 나라 축구선수들을 들먹이며 아는체를 했다. 벨기에 사람들을 만날때는 루카쿠를 언급했고, 네덜란드에서 스네이더와 로벤을 이야기했다. 그럴때마다 그들은 으쓱으쓱 기분이 좋아보인듯했다. 어라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친구가 우리나라 축구선수도 다 알고있네? 하는 느낌? 그래도 두유노우 지숭 팍?은 안했다. 두유노우는 언제나 촌스러운 느낌.


두유노우 미테야 케즈만? 남성동무들이여 추억의 공격수 케즈만을 기억하는지? 아인트호벤에서 박지성 이영표랑 같이 뛰면서 네덜란드 리그 씹어먹고 잉글랜드 리그 갔다가 폭망해서 돌아온 그 선수. 신장이 되게 크지는 않았는데 되게 날쌔가지고 여기저기 막 휘젖고 다녔는데 내 기억으로는 박지성 케즈만 로벤이 아인트호벤 쓰리톱이었는데... 몇년도였더라?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인트호벤이 AC밀란 상대로 되게 선전했던 경기가 있었는데 퍼거슨이 그거보고 박지성을 맨유로 데려갔잖아? 크 추억돋는다. 기억나지??


나름 첼시 스트라이커 출신


그럼 혹시 케즈만이 어느나라 사람인지 아는 사람? 나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정확히는 케즈만은 세르비아 사람이었다. 잉? 세르비아라는 나라가 있고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라는 나라가 있는건가? 아니 세르비아 따로 몬테네그로가 따로 한 나라씩 있는거더군. 허 복잡하구만. 심지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뭔소리야 케즈만은 유고슬라비아 사람인데?'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체 뭐가 맞는 것인지...


정답은 다 맞는 말이라는 것.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이런 나라들이 다 하나의 나라였다. 사실 나라라고 하기는 어렵고 유고슬라비아 연방이라는건데 미국에 여러개의 주가 하나의 나라를 이루는거랑 비슷하게 얘네도 연방형태로 나라가 있었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근데 이 연방이라는게 되게 불안정했다. 같은 연방 안에서도 어떤 사람들은 로마카톨릭을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 정교회를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무슬림을 믿었고 인종도 다양해서 게르만족, 슬라브족이. 슬라브족은 또 동슬라브족, 남슬라브족, 서슬라브족. 블라블라블라.


결국 이 연방은 해체될 수 밖에 없었다. 종교와 인종과 체제가 다르니 그럴수밖에. 그런데 연방이 해체되는 그 과정속에서 엄청난 내전들이 발발했고 수십만명이 죽어나갔다. 그게 불과 30년 전에 이 땅에서 일어난 일. 한번쯤은 들어본 나라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마케도니아, 코소보...이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와 바위산들에 거의 10년동안 공습과 폭탄의 참혹한 살상의 역사가 있었다. 그 역사를 뒤로하고 이 곳에 와있는 내가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산이 아니라 하나의 성벽 같았다

지금 우리가 와 있는 이 나라는 몬테네그로라는 나라인데 혹시 들어는봤는지? 소망은 몬테네그로? 뭔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사는 나라 느낌이라고 했다. 몬테네그로의 뜻이 검은산이라고 한다. 몬테가 산이라는 뜻이고. 네그로가 검은 이라는 뜻인듯. 실제로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산을 보니 회색으로 가득한 절벽에 중간중간에 검은색 바위들이 있어 장관이다. 그리고 우리가 머문 이 곳은 코토르라는 곳인데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Bay)로 꼽히고 이 아름다운 햇살은 전세계 연간 일조량도 최대라는. 옛날에는 해적들이 가장 많이 도망쳐 오는 곳중에 하나였다고. 보면볼수록 신기하고 알면알수록 흥미로운 이 나라.


몬테네그로. 코토르.


몬테네그로에서 미테야 케즈만을 추억하며 이 땅의 역사를 공부하며 여행하고 있다. 확실히 여행지를 공부하면 뭔가 알고보면 쓸데없지만 신비한 잡학적인 느낌이 든달까? 이 발칸반도가 앞으로도 평화를 유지하길. 케즈만은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에서 국가대표 생활을 하다가 세르비아 사람이 되었지만 몬테네그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몬테네그로에서 자라 몬테네그로에서 삶을 마치는 당연하지만 위대한 평화의 기적이 이 땅에 계속되길...아 너무 아름다운 몬테네그로! 코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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