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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하고도 Sep 12. 2017

EP10.가시나 가시나 다합에 가시나

#1.공항에서

WRITTEN BY 지랄방구


여행을 시작한지 99일째, 다합에 들어온지는 이제 15일째가 되었다. 다합에 처음오던 날이 생각난다. 


#1. 공항에서

새벽 2시에 공항에 도착하면 난감한건 택시였다. 이집트는 언제나 협상이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우리는 숙소에서 제안한 400 이집션 파운드 짜리(약 24000원) 택시를 거절하고 더 싼 택시를 알아보기로 했다. 비행기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 쪽에 젊어보이는한국인들 4명이 있다. 내가 잠깐 돈 뽑으러 갔다온 사이에 아내는 그들과 협상을 했다. "여기 계신 분들이 아침 7시에 미니버스 타고 가실거래 거기에 우리 같이가면 1인당 100파운드면 갈 수 있는 것 같아" 공항에서 새벽을 보내는게 피곤할 것 같았지만 그 정도면 숙소에서 제시했던 돈의 반 가격으로 갈 수 있으니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7시를 기다렸다. 그리고 공항 밖으로 나가 미니버스를 찾아보는데 어디를 보아도 미니버스 비스무리한 것조차 없다.

왜 예쁜 날 두고 다합에 가시나

아마 그들의 정보가 정확치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여섯은 어쩔 수 없지 하며 택시기사들한테 가 본다. 택시는 우리에게 한대당 500을 요구한다. 이집트는 협상이 필수이자 중요하다는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호기롭게 대당 300을 부른다. 택시기사들이 방방뛴다. 이집트 전체적으로 가솔린 가격이 올랐다느니, 공항에서 나갈 때 이용료를 내야한다느니 우는 소리를 한다. 그래도 협상은 어느정도는 진척되어 450으로 가격이 낮춰진다. 좀 더 시도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각자 매고 있는 배낭의 무게와 조금씩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태양이 우리의 목을 졸라 온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내가 일행들한테 권해보았다. "한대에 450이면 두 대에 900이고 우리 여섯명이니까 한 명당 150인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쇼부치고 그냥 갈까요?" 원래 미니버스를 탈 수 있었다면 100이었는데 50정도 올라가는 제안이었다. 50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3000원 정도 하는 돈이니 이 곳에서는 눈탱이 맞은 가격인 것 같아도 큰 돈은 아닌 돈이었다. 그런데 상대 무리 중 한 여성이 이렇게 답한다. "아 근데 저희는 한대 450을 타면 그냥 넷이서 타면 더 싸게 가는거라..." 음....나는 잠깐 멍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 그런데 그녀의 설명에는 한 문장이 빠져있었다. "(두 분을 버리고) 저희는 한대 450 택시를 타면....." 그들은 한 대에 4명이 타고가면 두대 전체의 가격을 9명이서 나눠서 계산하는 것보다 대략 40정도 이득이다. 합리적이고, 수학적이다. 그렇게 되면 나와 아내는 450짜리 택시를 둘이 타고 가야한다. 인당 225로 확 뛴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냥 새벽 2시에 400을 내고 타고 갈 수도 있었는데 5시간을 공항에서 비몽사몽하며 미니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믿고(믿은 사람들이 잘못이기는 하지만...) 그들과 기다렸는데 한 순간 팽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최대한 물러서서 그들이 한 택시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더라도 그럴 때는 보통 "저기 죄송한데요...."하면서 말을 꺼내면 '그래 서운하기는 한데 젊어보이니 한 푼이라도 아쉽겠지...나라도 한 택시로 가는게 끌렸을꺼야...' 하고 생각했을 텐데 쫌 아쉬웠다. 아니 아쉬움을 넘어서는... 그런 감정.

현지인 무스트파 압둘라바 카림 3세


그러시라고 했다. 그들에게 별말 않고 "저희는 여기서 좀 더 남아서 협상을 더 해 볼게요." 하며 쿨한척 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 "아니 우리 운명공동체 아니었어요? 이제와서 우리 버리는건 진짜 아니죠!" 했어야 했나 그때는 아무 말도 못하다가 브런치에다가 배설하는거 너무 쫀쫀해보이는건가 싶기도 한데 그 아침에 이집션들 옆에서 여행자들끼리 옥신각신 하느니 이렇게 일기장에다 쓰고 쫀쫀하다는 비난을 받는게 낫다. 이거라도 안 쓰면 뭔가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있으니 여기다가는 써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그 때 무리들이 이 글을 보고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다들 일기장에는 할 말 하는 사회니까요. 암튼 우리 부부는 그들을 보내고 한 10분 정도 택시기사들과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400파운드에 가기로 합의를 봤다. 새벽 2시에 숙소에서 불러주는 택시를 타는 가격과 동일한 가격에 5시간 동안 공항에서 선잠자다가 서운한 관계들을 만들고 기분나쁜 이집션 택시에 얹혀 숙소에 왔다. 그 날 에어컨이 안되는 3천원짜리 숙소에서 오후 4시부터 자기 시작한 우리는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17시간을 깨지 않고 잤다. 자고 일어나서 지난 날을 복기 해본다.


어제의 교훈.

1. 아끼다 똥 된다.

2. 타인의 정보를 너무 믿지 말 것.

3. 일기는 일기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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