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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하고도 Jul 05. 2017

EP1. 여행고자질

너도 마냥 웃고만 볼 수는 없을껄?

Written by 지랄방구


실패한 여행 이야기는 인스타그램에 쓰지 않는다. 예컨데 장기여행 중에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예약해 놓은 비행기 스케쥴을 앞당기려고 할 때 당연하게 리부킹 수수료만 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 그렇게 되면 원래 있던 비행기표는 날라가고 수수료 +새로운 비행기표를 사야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야기. 그 사실을 그 이유를 리부킹을 하고 나서야 '아 그렇구나!' 알게되는 이야기.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여행고자라고, 그들의 뻔뻔한 행위는 '여행고자질'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물론 이런 이야기는 구질구질 인스타그램에 쓰지 말자. 마땅히 같이 올릴 사진도 없고. 우리가 떠난 여행은 언제나 행복하고, 완벽하며, 이미 10번이상 시뮬레이션 돌려봤기 때문에 아하하 행복해 #개행복 #존여유 #탕진잼 테그만 달아야 할 것 같은. 정작 행복사정도 찍찍 못하는 여행 '고자'인 주제에...

 

내가 고자라니!!


현대 여행자가 구글신 없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건 당연하다. 그런데 구글맵을 보면서도 엉뚱한 곳에서 해매다가 구글 개객끼라고 말하는게 진정한 여행고자다. 벨기에 브룩셀 공항에 도착했을때 구글이 분명 공항을 나가서 500미터 더 가라고 했는데 무시하고 공항 앞 큰 정류장에서 30분동안 "왜 우리 버스 안오지? -> 어 우리 버스 왔는데 왜 우리 숙소에 안간다고 하지? -> 벨기에 쓰레기 나라네" 했던... 심지어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잡고 기사에게 "여기 가나요?" 하고 물어보는데 기사가 "거기 안가는데?" 했던. 왜 안가겠어 여행고자가 기사한테 정류장을 안 보여주고 최종목적지를 보여주니까 안가지. 최종목적지는 정류장에서 무려 300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차라리 80시간동안 누워만 있어도 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편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2인 9만원 짜리 버스를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다 안 온다고 버스회사를 저주했다. 여행고자는 놓친 버스 환불해달라고 아직까지 메일 주고받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기차역 환승을 해야하는데 환승하는 곳이 내가 내린 기차역을 나가서 150미터 떨어진 다른 곳까지 가야하는 것을 기차 도착 10분전에 알고 미친듯이 뛰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하고싶다 한다.


전세계 144,000명의 여행고자들 화이팅!!


여행고자가 되는 길은 간단하다. 일단 첨단문명(핸드폰)과 친하지 않을 것 그리고 근거없는 자신감. 이 두가지만 있어도 여행고자로서 완벽하다. 그런데 같이 다니는 사람의 말까지 듣지 않으면 레알 여행고자보스! 그래도 오늘은 렌터카 예약할 때 1주일 빌리는데 1억 7천만원 달라는 페이지가 뜬걸 보고 클릭하지 않았다. 이것들이 누굴 호구로 아나. 내가 고자지, 호구는 아니다. 고자가 계속 되면 교자가 된다.  AZE G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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