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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하고도 Jul 17. 2017

EP3. 스태프고자질

슬로베니아 캠핑장에서 만난 그녀

Written by 지랄방구


벨기에 사람들을 우리 여행의 2등공신으로 꼽는다. 1등공신은 역시나 양은냄비.

지금은 블레드 호수 in 슬로베니아. 디어마이프렌즈에 나왔던 너무나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도시. 독일에서 탄 버스에서 내린 우린 캠핑장까지 40분 거리를 걸어가기로 객기를 부린다. 죽이는 무게 20킬라그램을 등에 메고.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내 등은 휘어간다. 카약킹하는 사람들, 썬텐하는 사람들, 전세계 어디에나 있다는 러너들. 그래 우리도 텐트치고 졸라 놀아 줄테다. 뱃살따윈 아랑곳 않고 벗어제낄테다. 이놈들.

블레드 호수 물색깔 구라니까 실화냐고 묻지마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나. 너를 잊겠다는 거짓말을 두고 돌아오긴 했지만. 2펄슨. 2나잇. 1텐트. 짧지만 강력한 나의 잉글리쉬. 동유럽식 눈화장 리셉션 그녀(그년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 잠깐 안에 들어가더니 쏘오리 잇츠 풀 이라고 말한다. 뭐라고? 우리 죽이는 무게 20킬라그램 들고 40분 걸어 왔는데? 눈화장녀는 그러더니 가까운 곳에 캠핑장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로 갈래? 그랬다. 나의 긴 영어로 그녀에게 물었다. 하우파?


12km....


이년이....


그런데 그때 뜬금없이 벨기에 천사 커플이 나타났다. 우리와 일면식도 없는 벨기에 사람들. 우리가 차로데려다 줄 수 있어! 오 마이 갓. 벨기에.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고훈훈한 이름.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긴 히치하이킹을 해준 사람들이 있는 나라. 쵸콜릿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마음들이 다들 스윗하다. 심지어 자기들 전화를 꺼내  12km 떨어진 캠핑장 예약을 해준다. 벨기에 형님 누님 사랑해요. 난 비정상회담에서 다니엘이 제일 좋았어.


만져보지도 못하고 가버릴뻔한 블레드 호수

벨기에 커플 남자와 한창 다른 캠핑장 예약을 할 무렵 갑자기 벨기에 커플 여자가 내게 말한다. 어? 이 스텝이 백팩커 텐트 된다는데? 이건 뭔 소리? 나는 어이가 없어 눈화장녀 옆에 있는 다른 스텝에게 가장 긴 영어로 묻는다. 위 캔 슬립 투나잇 히얼? 돌아온 그의 답변. 슈어 와이 낫. 순간 나는 눈화장녀를 째려봤다.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괜히 바쁜척 다른 손님과 대화하기는... 나중에 알아보니 우린 우리 텐트펼 자리 있냐고 물어본건데 눈화장녀는 자기네들이 갖고있는 텐트에서 자고 싶다고 알아들었던듯 자기네들이 갖고있는 텐트는 이미 찼다는거야. 야 그럼 우리가 2펄슨 2나잇 1텐트라고 말했을때 텐트는 너희꺼니? 라고 말해야 양식있는 슬로베니아 캠핑장 직원의 자세 아니냣! 만약 벨기에 커플들이 없었다면 쿨하게 또 12km를 걸어갔을지도....최근에 했던 큐티 말씀이 생각났다. 베드로가 감옥에 갇혔는데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 베드로를 탈출시켰다는 이야기. 하나님 우리에게 벨기에 천사를 보내주셨군요! 어 그래 맞아 억지야.

슈어! 와이낫?


우여곡절 등록을 마친 우리는 피곤해서 9시부터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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