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캠핑장에서 만난 그녀
Written by 지랄방구
벨기에 사람들을 우리 여행의 2등공신으로 꼽는다. 1등공신은 역시나 양은냄비.
지금은 블레드 호수 in 슬로베니아. 디어마이프렌즈에 나왔던 너무나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도시. 독일에서 탄 버스에서 내린 우린 캠핑장까지 40분 거리를 걸어가기로 객기를 부린다. 죽이는 무게 20킬라그램을 등에 메고.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내 등은 휘어간다. 카약킹하는 사람들, 썬텐하는 사람들, 전세계 어디에나 있다는 러너들. 그래 우리도 텐트치고 졸라 놀아 줄테다. 뱃살따윈 아랑곳 않고 벗어제낄테다. 이놈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나. 너를 잊겠다는 거짓말을 두고 돌아오긴 했지만. 2펄슨. 2나잇. 1텐트. 짧지만 강력한 나의 잉글리쉬. 동유럽식 눈화장 리셉션 그녀(그년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 잠깐 안에 들어가더니 쏘오리 잇츠 풀 이라고 말한다. 뭐라고? 우리 죽이는 무게 20킬라그램 들고 40분 걸어 왔는데? 눈화장녀는 그러더니 가까운 곳에 캠핑장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로 갈래? 그랬다. 나의 긴 영어로 그녀에게 물었다. 하우파?
12km....
이년이....
그런데 그때 뜬금없이 벨기에 천사 커플이 나타났다. 우리와 일면식도 없는 벨기에 사람들. 우리가 차로데려다 줄 수 있어! 오 마이 갓. 벨기에. 우리에겐 너무 익숙하고훈훈한 이름.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긴 히치하이킹을 해준 사람들이 있는 나라. 쵸콜릿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마음들이 다들 스윗하다. 심지어 자기들 전화를 꺼내 12km 떨어진 캠핑장 예약을 해준다. 벨기에 형님 누님 사랑해요. 난 비정상회담에서 다니엘이 제일 좋았어.
벨기에 커플 남자와 한창 다른 캠핑장 예약을 할 무렵 갑자기 벨기에 커플 여자가 내게 말한다. 어? 이 스텝이 백팩커 텐트 된다는데? 이건 뭔 소리? 나는 어이가 없어 눈화장녀 옆에 있는 다른 스텝에게 가장 긴 영어로 묻는다. 위 캔 슬립 투나잇 히얼? 돌아온 그의 답변. 슈어 와이 낫. 순간 나는 눈화장녀를 째려봤다.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괜히 바쁜척 다른 손님과 대화하기는... 나중에 알아보니 우린 우리 텐트펼 자리 있냐고 물어본건데 눈화장녀는 자기네들이 갖고있는 텐트에서 자고 싶다고 알아들었던듯 자기네들이 갖고있는 텐트는 이미 찼다는거야. 야 그럼 우리가 2펄슨 2나잇 1텐트라고 말했을때 텐트는 너희꺼니? 라고 말해야 양식있는 슬로베니아 캠핑장 직원의 자세 아니냣! 만약 벨기에 커플들이 없었다면 쿨하게 또 12km를 걸어갔을지도....최근에 했던 큐티 말씀이 생각났다. 베드로가 감옥에 갇혔는데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 베드로를 탈출시켰다는 이야기. 하나님 우리에게 벨기에 천사를 보내주셨군요! 어 그래 맞아 억지야.
우여곡절 등록을 마친 우리는 피곤해서 9시부터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