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때문에 But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 미혼 + not 연애ing 여성의 결혼에 대한 생각 혹은 환상

30대 미혼 + not 연애ing 라는 이유로 회사에서든 가족들에게서든 심지어 비슷한 처지(?)인 주변 사람들에게 조차도 왜 연애 안 하냐,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거냐 등등의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내게도 있었던) 이십대 초중반 시절,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던 아이의 결혼 소식을 싸이월드를 통해 알게 됐을 때의 신선한 충격도 이젠 옛날 얘기. 봄 가을이면 급증하는 축의금 예산을 따로 편성해두곤 한다. 부모님 지인이 아니라 내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다는 게 되게 막 이제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던 때도 있었더랬는데. 이젠 누구누구 결혼식에 갔었는지 다 기억해 볼래야 기억할 수가 없다.

솔직히 연애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고,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생각도 (아직까지는) 없지만, 정신연령은 고3 수능 끝난 이후로 나아진 게 없는데, 사회연령은 이제 결혼_이라는 과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들 무슨 용기로 어떤 확신으로 결혼을 결심하는 걸까.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도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연애 바보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기엔 다들 어벤져스급 능력자들이다.

연애를 못 하는 게 눈이 높아서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도 종종 듣지만, 과거 연애 이력을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시간을 두고 알고 지내던 사이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패턴이 적합한 성격적 결함(?) 때문이라고 둘러대고는 한다. 이상형이 뭐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냐라는 질문에 말 그대로 'man of dream'의 조건들을 꼽아볼 수야 있겠지만,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수 없이 많은데 남이 내 마음에 100% 완벽해줄 거라는 건 기대 '조차'도 안 한다. 진심으로.

며칠 전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온 날 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나의 'man of dream'에 대해서.

그 사람이 가진 장점들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 나타나 준다면 그때는 나도 어벤져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상대방도 나와 같은 관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마지막 욕심 하나만 더 부리자면, 내 버킷리스트인 북극의 오로라와 사막의 밤하늘을 함께 보고 같이 감동할 수 있는 감성 하나만큼은 꼭 맞는다면 더 좋겠다. (그게 눈이 높은거야_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