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_ 의미를 담뿍 담아 진짜 여행 기념품 만들기
바로 바닷가로 가지 않고 제주 시내에 잠시 머무른 가장 큰 이유, 간세라운지_
간세인형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발견했다.
오픈한지 며칠 되지 않은, 아직 아는 사람이 얼마 없을 곳이라 그런지 한적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드는 건 아니고 간세인형 테두리에 스티치를 넣고 꼬랑지를 달아주는 건데
짧은 여행이었다면, 제주를 처음 오는 거였다면,
볼 것 먹을 것에 쏟기에도 아까운 시간이란 생각에 굳이 안 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 더군다나 일주일의 절반은 빈둥거리는 게 목적인 여행자니까_
라운지(카페) 가운데서 바느질을 하고 계시던 중년의 여성분께 안내를 받아
바구니 속에 담긴 간세인형들 가운데 내가 데려 갈 인형을 골랐다.
큰 것, 작은 것으로 나뉘는데 이왕 하는 거 큰 걸로 하자 싶을 수도 있었지만
작은 간세인형들 중 하나에 마음이 확 끌렸다. (크기에 상관없이 음료 한 잔 포함 만 오천원)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고르는 것도 빨리빨리 못해서 결정장애 소리를 듣는 나인데,
왜인지 바구니 속을 들여다보자마자 아, 저거다 싶은 인형이 있었다.
"이 걸로 할게요"
"네, 그럼 실을 고르셔야 하는데 이 중에 골라보세요"
"아... 어울리는 걸로 추천해 주실수 있나요?" (결정장애 발동)
"음, 이런 색 (형광주황)도 하면 예쁘고 너무 밝은 게 싫으시면 초록색도 괜찮구요"
"초록색으로 할게요"
"네, 인형 저 주시면 초반 작업해서 드릴게요, 차 드시고 계세요"
기다리는 동안 바구니 속을 다시 들여다 봐도 내가 고른 간세인형이 제일 예쁘다.
"자, 이제 이렇게 한 번은 넓게 반대 쪽은 좁게 번갈아 가면서 하면 돼요"
"네, 해볼게요!"
"한 땀 뜨시고 나면 실을 꼭 잡아당겨 주셔야 예쁘게 돼요"
천장에 매달려있는 간세인형들을 쭉 보고 나도 저렇게 해야지_ 라고 생각했으나
자꾸만 바늘 땀 너비가 좁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리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누가 보면 제주도까지 와서 그걸 뭐더러 하고 앉아있냐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의 누가는... 엄마?)
완성해 나가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작업이다.
머릿속을 확 비워내고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아니 나 조차도 잊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한 번에 전체 스티치를 완성할 수 있을 만큼 실을 길게 잡고 하기 때문에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자꾸 실끼리 엉켜버린다.
평소 같으면 몇 번은 대폭발했을 위기를 너무나도 침착하게 넘겨내고 스티치 작업 완료.
"이제 꼬리 만드시면 되는데 여기(30센치 자)에 실을 서른 번 감아주세요"
서른 번인지 서른 한 번인지 모를 실타래를 선생님께 넘겨드렸다.
선생님이 간세인형에 달아주신 긴 꼬랑지를 내가 땋아주면 끝_ 완성.
생각 앞서 나가는 게 특기인 나란 여자는, 제주에 올 때마다 간세인형을 하나씩 만들어서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이걸로 모빌을 만들어줘야지_ 라고 생각했다. (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