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제, 민어를 먹기 위해 한 시간에 걸쳐 서울로 향했다. 비록 신발에 물이 차 내 발은 퉁퉁 불어 버렸지만 민어회에서 민어전, 민어 불고기, 민어탕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민어는 조기의 친척으로 오랫동안 먹어온 생선이다. 특히 복달임 음식으로 많이 먹어왔다. (그림 출처: 문화콘텐츠닷컴)
숙성한 민어회는 부드럽게 입에 붙었고 방금 부쳐낸 민어전은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사실 생선전 맛의 9할은 기름과 부침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갓 부쳐낸 민어전의 식감은 일품이다. 씹으면 생선살의 결이 입안에서 느껴지는 보통의 생선전과 달리 잘 부친 민어전은 입안에서 결을 느낄 새 없이 부드럽게 으스러진다. 이번에 먹은 민어전도 민어살을 딱 적절하게 잘 익혀서 입안에서 녹는 듯한 민어살를 느낄 수 있었다.
민어 불고기는 고명이 좋았다. 다름 아닌 기름에 지진 부레였는데, 기름의 고소한 맛과 지진 부레의 한층 강화된 쫀득함이 최강의 조합을 선보였다. 민어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부레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회로 나온 부레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별 맛없이 다만 쫀득할 뿐이다. 하지만 기름에 지진 부레는 달랐다. 고추장 양념을 해서 단단하게 익혀낸 민어 불고기와 맛, 식감의 대조를 이루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절정은 민어탕! 역시 깔끔하면서도 눅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민어는 역시 탕이란 걸 알면서도 앞선 메뉴에서 위장을 아껴두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게다가 탕 속의 민어 껍질은 어찌나 보드랍고 쫀득한지. 그렇게 거친 모습에서 어떻게 이런 식감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껍질 역시 부레와 마찬가지로 민어의 별미인데 회로 먹을 때 보단 탕에 들어갔을 때가 가장 맛있다. 민어는 워낙 비싸서 가성비를 따지자면 우럭 매운탕을 먹는 게 낫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좀처럼 음식 앞에 가성비를 따질 수가 없다.이 맛을 포기할 수 없다.
너무 맛있게 먹은걸까 민어탕 사진이 없다 ㅜㅜ (사진 출처: 올리브 티비 유튜브)
이 날은 생전 처음 나의 '찐 독자'님을 만났다. 동생의 지인 분이기도 한데 내 브런치를 구독해서 보다가 뒤늦게 나와 동생과의 관계를 알았다고 한다. 이번에 음식 관련 책을 준비하시는데 내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만남을 청하셨다. 나도 공부하며 쓰는 입장이고 내 책도 출간 전이라 만나기 전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대화가 멈추질 않았다. 내 글에 대해 얘기할 때는 놀랍고도 감사했고, 그분이 준비하는 책에 대해 얘기할 때는 너무 들떠서 혼났다. (내가 써보고 싶던 주제라서 더욱더 그랬다. 비록 내가 작가는 아니지만 그 주제와 이렇게 연결된 것만해도 얼마나 인연인가! 나는 열심히 따라다니고 종알거릴 작정이다.)
내 책의 초고를 넘기고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었다. 장마철이라 돌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어디 나가지도 못해서 조금은 침체되어있기도 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일까 좋은 사람과 즐거운 얘기를 실컷 해서 일까 어제 이후로 더 먹고 싶고 더 쓰고 싶어 졌다. 민어를 메뉴로 정하면서 조금 일찍 말복 복달임을 하겠구나 싶기는 했지만, 정말 몸도 마음도 제대로 보양한 하루였다. 예상치 못한 강력 보양, 슈퍼 복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