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고 백일 만에 책 쓴 이야기

솜대리의 한식탐험 출간 후기

by 솜대리



솜대리의 한식탐험이 출간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그리고...


2쇄를 찍었다! 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표시가 되고 순위가 생기고 일시 품절될 때까지도 책이 진짜로 팔리고 있는지 몰랐다. 출판업계는 완전 신세계라서 지인들이랑 부모님이 좀 많이 사주셨겠거니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책이 품절되기 시작했다. 그때도 정말 책이 없어서 품절됐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모종의 이유로 서점에서 판매를 중단한 줄만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상해서 출판사에 물어봤더니 2쇄에 들어갔다고!


교보, 예스24, 알라딘에서 모두 품절 ㅠㅠ


잠시 기뻤지만 이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2쇄가 나오는 데까지는 일주일 넘는 시간이 걸렸고, 그 기간 순위는 뚝뚝 떨어졌다. 초보 작가는 어쩔 도리도 없이 마음만 졸이며 바라봤다 ㅜㅜ


그리고 드디어,


2쇄가 풀렸다. (휴 -) 이 글은 드디어 한숨 돌리고 중쇄를 자축하며 남기는 출간 후기다.


책은 출판사의 제안으로 쓰게 됐다. 편집자 분이 브런치에서 보고 연락을 주셨는데 하필이면 출산 직전이라 잠시 보류했다가 아이를 낳고 100일이 지나서 쓰기 시작했다.


기반이 되는 칼럼이 있었지만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썼다. 오히려 출판사에서는 기존 칼럼으로 괜찮다고 해주셨지만 내가 욕심이 났다. 독립적인 칼럼을 하나의 책으로 엮다 보니 구성도 새로 해야 했고, 내용도 최신 기준으로 업데이트해야 했다.


그렇게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책을 쓰기로 했지만 나는 여전히 100일이 갓 지난 아이의 주 양육자였다.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허덕이는 중이었는데 책을 한 권 쓰겠다니, 이렇게 무모한 자의 말로는 불 보듯 뻔하다.


못 먹고 못 잤다. 엄마, 시어머니, 남편이 도와주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나와 아이 단 둘이었다. 아이는 잠이 적은 편이었고 아이 자는 시간 만으로는 부족했다. 거실 한쪽에 책상을 두고 그 위에는 늘 원고를 펼쳐뒀다. 아이가 낮잠에 들면 똥 묻은 옷과 이불만 세탁기에 던져 넣고 얼른 자리에 앉았다. 책상에 앉을 때마다 커피 믹스라도 딱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그러다 보면 아이가 깨기 일수라 몇 번 마시지 못했다.


아이 장난감과 함께하는 글쓰기


모유 수유와 음성인식 키보드 덕을 많이 봤다. 아이 자는 시간 외에는 유일하게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있는 때가 수유 시간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알아서 잘 먹었다. 그래서 수유를 할 때면 항상 원고와 펜, 핸드폰을 옆에 뒀다. 한 손으로는 아이를 안고 한 손으로는 원고를 훑으면서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음성 인식 키보드로 내용을 입력해두거나 (아이가 소리 때문에 집중하지 못할 때는) 키워드 중심으로 메모를 해두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쓰고 싶었지만 1분 1초라도 아끼지 않고는 쓸 수가 없었다. 정말 정신없이 썼다. 정신없이 쓰고 나서도 정신없이 퇴고를 하고, 표지를 고르고, 추천사를 받고, 가용한 방법은 다 생각해서(그래 봤자 별거 없지만) 홍보를 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은 정신이 없지만 처음 엄마가 된 시점에 쓴 책이라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편집자 분들도 계속 바뀌었고, (개인 사정으로 나를 맡았던 두 분이 연달아 퇴사를 하셔서 출시 직전에는 담당자가 없다시피 했는데... 설마 나 때문은 아니겠지) 육아 때문인지 책 때문인지 정말 신입 때처럼 발진에, 원인 모를 미열에 몸에 이상 반응이 자꾸 나타났다.


아빠랑 잘 놀길래 얼른 구석에 가서 퇴고하려다 발각된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었다. 잠깐이라도 '엄마'가 아닌 '나'가 될 수 있어 좋았고, 책 쓸 기회가 생겨 감사했다. 잠 안 자고 밥 안 먹는 동안 몸은 더 축났을지언정 마음은 채워졌다. 진도가 안 나가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그 순간이 좋았고, 나중에 진도가 나가면 또 진도가 나가서 좋았다.


그래서 계속 쓰고 싶다. 처음에는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책을 쓴 것만 해도 어디냐 하고. 하지만 쓰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내 노력의 결과가 손에 잡히는 산출물이 되어서 좋았고, 또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더 기뻤다.


어떤 책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책을 내주는 곳이 또 나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계속 써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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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쓴 책, 솜대리의 한식탐험이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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