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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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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Feb 02. 2022

[공간 리뷰] 모모스 영도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카페. 뒷광고 아님 주의




자기 일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기운을 얻는다. 모모스는 내게 그런 곳이었다. 모모스를 처음 방문하던 날의 분위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평일 저녁, 한산한 무렵에 방문한 나는 이것저것 사느라 질문이 많았는데, 나를 대응해주신 바리스타 분뿐 아니라 그 주변에 있던 모든 분들이 나의 커피 호기심을 반가워하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분위기였다. 이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어쩜 이렇게 좋아하고 알리고 싶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베이커리, 공간도 모두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분위기가 좋아서 부산에 올 때마다 모모스에 들렀다.


이번에 생긴 영도점은 모모스의 그런 분위기를 작정하고 모두에게 알리려고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카페 시스템에서는 바리스타와 커피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 (모모스에서조차 첫 번째 방문 이후에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영도점에서는 아예 바리스타와 손님들이 얘기 나눌 판을 깔아 주었다.

 

오른쪽의 긴 스테이션이 그 판이다.


영도점의 시스템은 은행 같다. 입구에 들어서며 대기를 걸고, 내 순서가 되면 내 담당 바리스타 분의 스테이션에 가서 주문을 한다. 주문을 하기 전에 충분히 메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커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1:1 시스템이라 대기 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데, 대기 시간에는 커피가 그린빈으로 들어와서 가공되고 포장되는 전 과정을 (온라인) 도슨트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렇게 공간마다 설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있다.


카페라기 보단 커피를 알리기 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커피에 대한 열정과 따뜻함이 가득한 분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커피에 대한 직원들의 열정이라는 형상화 하기 힘든 장점을, 새로운 형태의 커피 공간으로 풀어낸 게 정말 멋졌다.


커피도 정말 맛있었다. 시킨 건 필터 커피 두 잔. 바리스타 분이 좋아한다는 '온두라스 로스 톤고스 C.o.E #14 파카스 워시드'와 그 유명한 게이샤, '콜롬비아 라팔마 엘투칸 레전더리 게이샤'였다. 사실 게이샤는 너무 가벼운 바디감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바리스타 분이 레전더리 게이샤는 정말 레전더리 하다고 얘기하길래 마셔봤다.



그리고 진짜 레전드급 커피를 맛봤다. '레전더리'라는 건 농장에서 자체적으로 매긴 등급이라고 하는데 정말 괜한 말이 아니었다. 커피에서 여러 가지 풍미가 정말 섬세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나고 여운도 긴데 부담이 없었다. 부담 없음은 아마도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커피의 식감에서 기인한 기분인 것 같다.


또 마시고 싶다!


특히 식감이 너무 좋아서 판매만 하면 사고 싶었지만 역시 없었다. 로스터리들도 구하기 힘든 원두고, 생두만 kg 당 75만 원에 가공까지 하면 15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손해 본다 생각하고 맛보도록 하는 거라고 했다. (한 잔에 23000원이었고 한 잔에 20g 정도 썼다고 하면, kg로 환산하면 115만 원 정도가 된다.) 비싼 감은 있지만, 나는 가까이만 살면 가끔 와서 사 마실 것 같은 맛이었다.


보통 분점보다는 당연히 본점을 가는데, 영도점은 좀 다르다. 부산에 올 때마다 영도점을 갈까 본점을 갈까 고민할 것 같다. 역시 모모스. 가면 맛있는 커피도 있고 좋은 에너지도 얻는다. 모모스 가까이 사는 부산 분들이 부럽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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