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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Feb 04. 2022

행복하게 회사 다니기

#계속다녀보려는시도 #하나씩해결해보는중 #글쓰기


회사를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다닐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휴가 중. 이런 풍경 내다보며 한 생각 ㅋㅋ


요즘도 나는 가끔 다른 일을 해볼까, 다른 삶을 살아볼까 생각해본다. 사실 그런 생각을 선뜻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긴 어렵다. 배부른 고민 같아서다. 남들이 보기엔 아쉬울 게 없다. 대기업에 10년 넘게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다. 보수나 복지는 물론 좋은 편이고, 다니면서 승진이나 교육 등의 혜택도 많이 받았다. 업무나 상사, 워라벨이 고민이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모두 해결된 상태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 문제가 없으니(없어지니) 오히려 회사 생활을 한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듯하다.


회사에서는 주체성이나 자기 효능감을 찾기 어렵다.


회사는 분업화에 기반한 대량 생산,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다. 근본적으로 개인의 주체성이나 자기 효능감과는 거리가 있는 시스템이다. 회사에서는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기 어렵다. 자기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드물다. 오히려 나 자신도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남들을 설득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나는 자동차에 나사 하나 정도라도 조이고 있으려나 (사진: 영화 모던 타임즈)


회사에서 받는 평가도 자기 효능감과 주체성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다. 평가가 업무 능력이나 노력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진다면 그래도 좀 나을 텐데, 평가는 사내 정치나, (때때로 바뀌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중요성이나, 운 때 (부서 내 승진 예정자의 수 등)에 따라 바뀐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를 평가하는데 그 평가를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 더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게 된다.


물론 일시적으로 자기 효능감을 느끼거나 주체성을 발휘하는 일도 있지만, 그게 장기적으로 유지되기란 시스템적으로 어렵고, 아주 극적인 확률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회사 생활은 언젠간 끝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생활을 행복하게 오래 하려면,  자기 효능감과 주체성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회사에서는 경험을 쌓고 내 몫을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되,  효능감과 주체성은 (내가 더 컨트롤할 수 있는) 다른 영역에서 추구하는 것이다.

 

음 맛있는거 먹으러 폴짝폴짝 뛰어가기 정도?


나 같은 경우에는 그 다른 영역이 글쓰기다. 빈 화면에서 나는 한없이 자유롭다. 보고 없이 내 이야기를 마음대로 구성하고 풀어낼 수 있으며, 내가 원하는 때에 내 페이스대로 쓸 수 있다. 결과물을 보기 어려운 회사 일과 달리 내 의지에 따라 결과물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글을 쓰면서 내 생각을 찬찬히 곱씹어보고 기록도 남길 수 있어 일석 이조다. 누군가에게는 그 영역이 운동이 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취미 생활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른 영역에서 자기 효능감과 주체성을 충족시키고 나면, 회사에서의 퍼포먼스도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눈치 보지 않고 내 의견을 얘기할 수 있고, 부수적인 것들(어떻게 될지 모르는 평가)보다 중요한 것(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적당한 시간 배분(≒ 굉장한 시간 짜내기 노력)과 정신 단련이 필요한 일이지만, 회사 시스템에서 효능감과 주체성을 찾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다.  


전문성이나 사명감 없이 대기업에서 적당히 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대기업에서 취미나 동호회를 권장하는 건 직원 복지가 아니라 직원의 장기 근속과 이에 따른 인사 관리의  효율성에도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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