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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l 09. 2022

생애 첫 인터뷰 후기

책 '라틴어 수업' 한동일 작가 @최인아 책방



우연히 기회로 책 '라틴어 수업'의 한동일 작가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사실 인터뷰 했다기 보다 인터뷰 체험에 가까웠지만 어쨌건 나에게는 인터뷰 첫 경험.


어느 분의 후기에서 가져온 사진.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ㅎㅎ


인터뷰를 직접해보며 놀랐던 점은, 인터뷰와 독서의 유사성이었다.


인터뷰 하는 건 생전 처음인데도 어째 낯설지가 않았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작가의 책과 각종 콘텐츠를 찾아보고, 작가의 생각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보고, 그걸 다른 사람(주로 남편)과 얘기해보는 모든 과정이, 재미있는 책을 읽고 나면 내가 하는 일들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질문을 뽑아내고, 저자와 직접 대화를 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또한 독서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졌다. 평소 서평으로 끄적끄적 남기고 편하게 얘기 나누이야기를 인터뷰이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는데 에너지를 더 쏟을 뿐 이었다.(그리고 그렇게 에너지를 더 쏟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요렇게


독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인터뷰라는 작업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더 경험해봐야하고, 일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사람 스트레스지만.)


그러고 보면 옛날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도서 팟캐스트 진행 경험담이 담긴 '말하기를 말하기', 인터뷰집 '멋있으면 다 언니' 등을 읽으면서 작가들을 정말 정말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인터뷰는 우연한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난 예전부터 종종 이 일을 해보고 싶었나 보다.  

말하기를 말하기 작가가 진행했던 책읽아웃. 좋은 책의 작가들을 인터뷰한다니, 나한테는 꿈의 직업 같은 느낌이다 ㅎㅎ

인터뷰도 참 좋았다. 한동일 작가님은 책만큼 따뜻한 분이었다.


조금 도전적인 질문을 하나 했었다.


'공부에 대해 많이 얘기하셨는데 어떻게 보면 공부도 더 나은 자신, 위치, 사회에 대한 갈망입니다. 그런 작가님은 우리 사회의 상승 지향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공부하지 않고 갈망하지 않고 소시민으로 머무르고자 하는 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작가님은 이벤트가 진행된 2시간 내내 조곤조곤 이야기하셨는데, 이 질문에 답할 때만 거의 유일하게 목소리를 높이셨다.


아무래도 인터뷰 후에 반한듯 하다. 멋진 분 ㅠㅠ


'아이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뭐라도 더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요. 내가 권한이 있다면 구걸이라도 해서 장학금 한 푼이라도 더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

상승지향 사회에 대해서도 우리는 공부해야 합니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기 위한 공부요. 모든 이가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 연에서 이야기된 내용을 다소 축약하고 추상화했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들은 이야기는 아니다. 이 분 비슷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 하지만 눈을 마주하고 들은 이야기는 울림이 깊었다.


(내가 그 시절 그 학교를 다녀서일까, (내가 졸업할 때 즈음 강의를 시작하셔서 그 때는 존재를 알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그런 어른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위로받는 느낌도 들었고 따뜻했고 감사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나의 생각이 결국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힘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힘도 조금 났다.)


최인아 책방에서 이런 인터뷰 참여 프로그램을 시작하는데 시범 케이스? 파일럿? 으로 참여해보라는 제안을 받아서 하게 된 인터뷰다.


나는 심지어 (박사를 10개월 만에 마치고 동양인 최초로 바티칸 변호사가 된 엄청난 베스트셀러 작가) 이 분 입장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그분 스스로는 자신을 동네 아저씨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나도 우리 사회가 너무 공부(주로 목적이 있는 공부)에 높은 밸류를 둔다고 생각해왔다. 공부를 좋아하는 내게 다른 이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걸 들으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인터뷰 와중에 나는 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해 이내 이 분을 치켜세우는 다른 질문이 약간 부담스러워지기 까지 했다. 이런 공감이라니. ㅎㅎ

이런 분에게 폭풍 공감해보았다. ㅎㅎ

부차적인 얘기이지만 이번 인터뷰는 내 삶을 되찾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지난달 내내 너무 바빠서 내 삶의 패턴을 잃었었다. 원래는 아이가 일찍 잠들면 30분이라도, 출퇴근 시간 15분이라도 어떻게든 공부를 해왔는데, 지난달은 그 시간에도 일해야 했고 주말도 없었기 때문에 지쳐있었다.


이제 바쁜 일은 끝났지만 누적된 피로 탓에 짬만 나면 뻗거나 별 생각 없이 유튜브를 돌려봤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 준비를 통해 억지로라도 시간을 만들고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어버린 패턴을 강제로나마 되돌릴 수 있었다. 마침 콘텐츠 자체도 공부였고.


이래저래 이번 인터뷰가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에 대해 파고들고 얘기하고 공감하는 일이 즐거웠다. 인터뷰를 좀 더 해보고 싶어졌다.




+) 인터뷰가 끝나고 집에 오니 밤 11시가 넘었다. 아이와 남편은 데칼코마니 같은 포즈로 누워 자고 있고, 집안은 난장판이다. 찢기고 잘린 색종이 조각들이 집안 곳곳에 널부러져 있고, 저녁 먹은 그릇들 대부분은 식탁위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데다, 아이가 목욕한 흔적은 화장실부터 거실까지 이어져 있다. 심지어 핸드폰에는 '졸려서 뇌출혈 올 것 같다'는 남편의 메시지 하나.


내가 새로운 경험을 하는 동안 가족들은 그야말로 고군분투. 다시 자는 둘을 들여다보면서 다시 한동일 작가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이들을 지켜주고 싶고, 그러기 위해 공부하고 싶다.


남편은 공부말고 육아와 집안일을 더 해주길 바랄지도 모르지만 ㅋㅋ (말로라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해줘서 고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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