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소수자라면 어떨 것 같아?

by 솜대리




"아이가 성 소수자라면 어떨 것 같아요?"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다가 나온 질문이다. 질문을 한 분과 그 아내가 우연히 이런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아내가 상관없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나를 보고 묻길래 상관없다고 했다.


정말 상관이 없다. 아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든 어떤 취향이든 아이의 선택이다. 내가 어쩌고 말고 할 게 없다.


상대가 놀라길래 덧붙였다.


"걱정은 되겠죠. 저는 하다못해 아이 얼굴에 큰 점이 있는 것만 해도 걱정이거든요. 마이너리티로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성소수자면 당연히 걱정되겠죠. 그런데 제가 어떻게 하고 말고 할 게 없잖아요. 아, 돈은 좀 열심히 벌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라도 좀 더 힘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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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딸내미가 성 소수자라면 어떨 것 같아?"

"딸내미 얼굴에 점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뭐."

"... (남편이 나와 같은 예시를 들어서 깜짝 놀람)"

"딸내미가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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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너무 달라서 안 싸운다고 했을 정도로. 너무 다르니 딱히 서로를 바꾸려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싸울 일이 없었다. (물론, 아이를 낳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붙어살았던 건 이래서인가 싶다. 남편과 나는 수많은 지점에서 너무나도 다르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 경우가 참 많다. 좋아하는 책의 장르는 전혀 달라도 책을 좋아하는 건 같고, 글 쓰는 주제는 달라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건 같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달라도 (남편은 전형적인 집돌이고 나는 새로 생긴 곳은 다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시간을 아껴 쓰는 건 똑같다.


지난 연휴, 우리의 호캉스. 간만에 단 둘이 호캉스라 저녁은 간단히 먹고 얼른 호텔에 들어와 글을 썼다.


그러고 보면 육아할 때도 마찬가지다. 육아법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백번 천 번을 다퉈도, 하루의 마지막에는 결국 아이와 함께 셋이 끌어안고 (오은영 박사님 책에서 나온 대로) "딸내미는 우리 가족의 보물이야~"를 외치는 우리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육아도 큰 틀에서는 같다. 아마 우리는 이 폭풍 같은 초보 부모 시기도 잘 붙어 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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