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자마자 3차 백신을 맞고 서울로 향했다. 목적지는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내가 참새 방앗간 들르듯 하던 곳인데 요즘에는 육아와 회사 투잡을 하느라 좀처럼 못 가고 있었다. 어제는 백신 휴가라 회사도 안 가고 아이는 어린이집 갔으니 딱이었다. 쉴까도 생각해봤지만, 지난 1•2차 백신 때도 12시간이 지나고 열이 올랐었다. 이런 자투리 타이밍을 이용하지 않으면 육아인에게 자유 시간이란 없다.
쿠킹 라이브러리. 심지어 일본 요리 관련 잡지도 구비하고 있다.
쿠킹 라이브러리는 우리나라 음식 책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유명 음식 책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관심 있는 책이 생기면 미리 적어뒀다가 이곳에서 훑어보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고, 'Modernist Cuisin'같이 한 세트가 굉장히 비싸서 구매할 엄두를 못 내는 경우에도 이곳에서 틈틈이 읽는다. ㅎㅎ
음...
어제는 'Salted'와 'Knife skill', 'Modernist cuisin'을 읽었다. 고기 뒤집기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과 세계 수백 가지 소금의 비교, 그리고 오만 가지 칼질 방법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마치 목말라서 목이 갈라지고 있는데 물 한 모금을 딱 마신 듯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Modernist cuisin 중. 이거 보고 꺅꺅 좋아하는 스스로를 보며 나는 음식 덕후구나 싶었다
곱게 표현해 음식 탐험, 거칠게 얘기해 음식 덕질을 해왔는데 요즘 거기에 대해 갈증이 있었다. 여전히 음식에 관련해 글도 쓰고 얘기도 하는데, 예전에는 1을 얘기할 때 내 머릿속에 5가 있어서 그중에서 1을 선별해 얘기했다면, 요즘에는 머릿속에 1도 간신히 있어서 그걸 박박 긁어서 1을 말해내는 느낌이다. 그러나 보니 맨날 박박 긁히는 머릿속은 건조해서 쩍쩍 갈라지고.
가끔 나는 시간이라 해도 10분, 20분 자투리 시간이고, 그 시간도 정기적으로 예상 가능하게 생기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갑자기 생기는 자투리 시간이라 뭘 하기가 쉽지 않다. 그 시간을 짜내서 책을 쓰기는 했지만, 지금은 계약서를 써놓은 출간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니 그러기 쉽지 않다. 힘들게 회사 일하고, 힘들게 육아하고, 운 좋게 아이랑 잠들지 않고 한밤중에 30분 정도 시간이 있더라도 집중해서 뭔가 축적하기가 어렵다.
남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남편도 오랫동안 경제 공부를 해왔고 블로그를 써왔는데, 요즘에는 뜸하다. 예전에는 퇴근 후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없다고.
주말에 남편과 번갈아가면서 꼭꼭 자유 시간을 가져볼까 싶다. 매주 각각 3시간씩. 그렇게 못 할 것도 없는데 그냥 당장 눈앞에 닥친 육아와 집안일에 허덕였던 것 같다. 아등바등 육아인 2년, 이젠 좀 내게 축적할 시간을 주고 싶다.
다소 뜬금 없지만 이 책이 생각났다.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해선 축적하란다. ㅎㅎ 나를 위해서도 축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