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더 하기로 했다

워킹맘의 야근할 결심

by 솜대리




새로운 부서에 와서 5개월이 되었다. 이제는 슬슬 일에 대한 감이 잡힌다. 하는 일은 손에 조금 익었고,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겠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자니 고민이 됐다.


지금은 딱 육아와 일 사이에 균형이 잡혀있다. 남들 하는 만큼은 일하고 있고, 아이와 저녁도 함께 먹고 있다. 그런데 일을 잘하려면 이 균형을 깨야한다.

딸내미 저녁 뒤치닥거리하다보면 회사 생각이 머릿 속에서 싹 사라진다. 다른 생각할 겨를을 안 줌 ㅋㅋ


지금도 퇴근 시간을 사수하느라 하루 종일 카카오톡 한 번 확인 못하고 일하기도 하고, 퇴근 시간이 일러 일하는 게 상대적으로 티가 안나는 불리함도 감수하고 있다. 여기서 일을 더 잘하려면 일하는 절대 시간을 늘리 수밖에 없고, 그러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번 주에 실제로 30분-1시간 정도 퇴근 시간을 늦춰봤다. 그런데 며칠 만에 아이가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퇴근하면 내 품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그 시간은 회사에서는 쓰던 메일이나 마무리하고 쓰던 보고서 (전체도 아니고) 단락 정도 마무리하는 시간인데, 아이에게는 엄마와 하루 한 끼라도 함께 먹느냐 마느냐의 엄청난 차이였던 것이다.

그런 아이를 보면 내가 뭐 엄청난 일을 하겠다고 생각이 절로 든다. 내가 생각하는 일을 더 한다고 대단한 성과가 나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으로 딸내미와 치대다 보면 결국 이런식으로 잠들게 된다. ㅋㅋ


그런 얘길 했더니 남편은 옆에서 반가워한다. 걱정 말고 계속 일하라고. 자기는 그만두고 육아할 테니 내가 우리 집에 고정적인 수입을 가져다 달라고 ㅋㅋ

진심인걸 알기에 기가 막혀 웃다가도 고맙다. 사실 내가 일을 더 못할 이유는 없다. 남편 말마따나 내가 분리 불안이다. 어차피 어린이집 하원은 남편이 시키고 있고, 내가 올 때까지 아이는 아빠랑 잘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애 얼굴도 못 볼만큼 늦게까지 일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아이를 보고 아빠가 야근하는 건 부지기수인데, 남편이 애를 봐주겠다는데 내가 애 때문에 야근을 못하는 건 내 마음이 좀 과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 딸내미 실바니안 라인업 갖춰주려면...


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으며, 가족의 지지를 받고 있고, 더 일하는 시간도 조정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을 못한다면 어떤 엄마가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일을 조금은 더 해보며 발란스를 찾아나갈 것 같다. 점심시간을 줄이고, 퐁당퐁당으로 하루 걸러 하루 야근하고 이런 식으로. 고민과 아픈 마음은 일과 육아의 발란스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은 그런 생각도 했다. 일 욕심을 내는 채로 버텨보고 싶다고. 감사하게도 일 욕심을 낼 상황이 되고, 그런 상황이 되서라도 버티는 선배가 있으면, 다음에 오는 워킹맘 후배들이 조금 더 일 욕심을 내기 쉽지 않을까 하고.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해나가다 보면 여건이 조금 안돼도 해볼 엄두가 나고, 그럼 또 우리 딸이 일할 때는 다른 분위기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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