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야근할 수 있는 자유

나의 '해방' 일지?

by 솜대리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시댁에 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실컷 야근을 했다.


그렇다. 실컷.


(전에도 썼던 것 같은데) 아이를 낳고 회사에 복직한 후로는 매일 쫓기는 기분으로 일한다. 빨리 집에 가서 남편 육아를 거들어 주고 아이를 5분이라도 더 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부담 없이 일했다.

딸내미는 시댁 가서 냠냠 한우 먹고 ㅎㅎ 옷은 새 옷인데 머리는 묶어 줄 사람이 없어서 산발이다 ㅋㅋ


딱히 재미있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었고, 소몰이하듯 끌려가서 하는 일인데도 일을 하는 내내 그렇게 마음이 가벼울 수가 없었다.

소몰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했겠지만... 그렇다. 나의 해방일지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이 포스트, 나의 해방일지네 ㅎㅎ


갑갑하고 쿰쿰한 야근의 느낌은 없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한쪽에 이어폰을 꽂고 할 만큼 차분하게 충분하게 일을 했다.


매일 저녁 9시 반에 일간 회의를 하던 시기, 연애하던 시절 남편이 새벽에 일이 끝난 나를 데리러 40여 km를 달려와 준 기억 등이 새록새록 떠올라 바쁘게 야근하는 동료에게 괜히 조잘거리기도 했다. ㅋㅋ


마치고는 집으로 달려갈 필요 없이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를 사고 과자까지 천천히 골랐다. 집에 와서도 평소라면 손만 씻고 옷은 던져두고 아이에게 달려갔을 텐데, 맥주부터 땄다.

생애 최고로 상쾌한 야근이었다. 일하는 부모는 힘들지만, 이런 기분은 또 부모이기 때문에 느껴볼 수 있는 거겠지.

우리 딸내미도 짠 잘하는데.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딸내미가 보고 싶어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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