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남편의 아내로 산다는 것

워킹맘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by 솜대리



여기 한 직장인 남자가 있다. 4살 아이가 하나 있고, 아내는 전업 주부다.


마땅한 사진이 없어서 그려본 그림 ㅎㅎ


이 남자의 아침은 어린이집에 아내와 아이를 내려주는 걸로 시작한다. 아내와 아이 둘이 등원해도 되지만 가족들이 함께 등원하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출근시간을 조금 늦췄다.


일터에선 항상 정신이 없다. 출근도 늦게 하는 편인데 퇴근도 빠른 편이기 때문이다. 퇴근이 빠른 건 아내와 아이의 저녁을 챙기기 때문이다. 아내 혼자 저녁시간을 보내면, 아이야 잘 챙겨 먹이지만 본인은 정신없어서 대충 때운다. 혼자만 생각하면 이른 퇴근 걱정 없이 일하다가 회사 밥 먹고 퇴근하면 편하지만, 아무래도 아내가 신경 쓰여서 늘 전력으로 일한다.


바쁘게 일하는 게 아니라 화내며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맞다 ㅋㅋ 왠지 일하다 보면 자주 화가 난다 ㅋㅋ


밥을 챙기는 것 외에도 집에 있는 시간엔 늘 집안일과 육아를 나누어한다. 주말에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 정도가 남편의 자유 시간이다.


외벌이면서 식구들의 식사까지 모두 챙기고, 주말에도 최대한 가족에 헌신하는 이 남자.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실 남자가 아니다. 일하는 쪽은 아내(나)고, 가정주부는 남편이다.(남편은 원래 일을 하지만 최근 육아 휴직을 해서 일시적 전업 주부다.) 이렇게 얘기하면 어떤가? 조금 느낌이 달라지지 않는가?


여자와 남자의 집안일/육아에 대한 기여는 결코 동등하게 인정받지 못한다. 남편은 30%를 해도 30%나 하는 게 되고, 여자는 60%를 해도 남편이 많이 도와주는 게 된다.


맞벌이고, 남편이나 시댁이 크게 선입견이 없고, 끊임없이 이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우리 부부는 다른 맞벌이 부부에 비해서 더 평등하게 생활하고 있다. 남편이 육아 휴직한 지금은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사회적 시선의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사회적 시선은 외부에서도 오지만 내부에서도 온다.


나도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고, 남편도 그렇다. 남편은 가끔은 무심코 집안일과 육아가 원래 내 몫 인양 생각할 때가 있다. 지금은 나 혼자 일하는 상황이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내가 집에 있을 때는 육아나 집안일을 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육아나 집안일의 분배가 어딘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더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지경인데도!


대체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같이 깊이 얘기해본 결과, 남편도 모르게 집안일과 육아는 내 몫 인양 생각했고 내가 일하고 오는 것은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 나도 괜히 육아나 집안일이 나 혼자의 몫 인양 남편이 열심히 할 때 눈치 보고 주눅 들 때가 있으니까. (남편의 약속은 장려하지만 내 약속은 왠지 눈치 보인다. 게다가 약속 나갔을 때 남편이 시댁과 통화라도 하면, 시댁에서 뭐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도 신경이 쓰인다.)


중요한 건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같이 이야기해보고, 조정이 필요하면 조정하고 바로 잡을 게 있으면 바로 잡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치가 보여도 눈치를 안 보는 척해야 하고, 순간적으로 기운이 빠져도 힘을 내고 자세를 고쳐 잡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워킹맘은 여러모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얍! ㅎㅎ (그래픽 노블 '폴리나'를 보니 얼굴이 없던 캐릭터가 갑자기 얼굴이 생기니 임팩트가 있었다. 그래서 나의 졸라맨에도 시도해 봤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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